TK에 동갑·고대·행시 동기 인연, 친구 사이…배 실장, ‘커뮤니티케어’ 현안 매달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나보다 배병준 국장과 더 친한가 보지? 배 국장이 (기자와 함께) 나를 만나려 하지 않을 텐데…”

 

과거 보건복지부가 서울 계동 현대빌딩에 입주해 있을 당시 우연히 광화문 길거리에서 만난 이동욱 당시 복지부 국장은 배 국장과 같이 만나자는 기자의 제안에 이렇게 답변했다. 이 국장은 복지부의 자문위원회 위원들과 식사 자리 중 잠깐 나온 것이었다. 기자도 지인들과 식사 자리에서 잠깐 바람을 쐬려고 나와 우연하게 조우한 것이다.   

 

당시 시점 등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국장이 기자에게 한 말은 정확하게 기억난다. 그의 언급은 배 국장과 사석에서 자주 만나는 사이지만, 기자와 같이 만나는 것에 부담을 가질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한편으로는 배 국장보다 본인이 우위에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배 국장 입장에서는 섭섭해할 수도 있는 내용이어서 그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이동욱 인구정책실장과 배병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공통점이 많은 복지부의 라이벌이며, 개인적으로는 친구 사이다.    

 

1965년생 동갑인 두 실장은 고향이 경북(이동욱-봉화, 배병준-상주)으로 같다. 고등학교도 대구(이동욱-능인고, 배병준-심인고)에서 졸업했으며, 고려대에 1984년 같은 해 입학했다. 이 실장은 신방과, 배 실장은 사회학과다. 공식적으로는 1966년생인데, 1965년생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동일하다.  

 

두 실장은 고대 고시실에서 만나 스터디를 하며 지난 1987년 행시 1차에도 같이 합격했다. 결국 행시 32회로 관가에도 같은 시기 입문했다.

 

공직 생활에서는 이 실장이 배 실장보다 한 발 빠르게 승진한 것이 사실이다. 이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비서실에서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할 당시인 지난 2006년 7월 국장으로 승진했다. 배 실장의 경우 지난 2007년 4월 당시 복지부 외청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으로 임명 받으며 국장을 달았다.

 

실장 승진도 이 실장이 빨랐다. 지난 2015년 9월 현재 보직에 임명되며 실장을 단 것이다. 배 실장은 실장급에 오른 지 1주일 정도 지났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라이벌 중 상대적으로 승승장구하는 사람이 다소 비인간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있다. 모든 것을 제치고 오직 업무에만 주력했기 때문에 앞서 나갈 수 있었다는 선입견이 일부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실장의 경우 인간적이며 마음이 따뜻한 관료로 알려졌다. 복지부 직원들은 그가 호쾌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며, 농담도 자주 한다고 칭찬한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면 복지부에 입부한 후 군대와 외부 파견 등을 제외한 기간 동안 오직 복지부만 위해 헌신한 점을 강조한다.   

 

실제 이 실장은 정부중앙부처 대부분 고위공무원들이 갖고 있는 해외파견이나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한 국내 토종파 관료다. 반면 배 실장은 하버드대학교 케네디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주영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을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꼼꼼한 성격에 자존심이 강한 스타일이다.   

 

촛불혁명을 통해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서 이 실장과 배 실장의 향후 진로가 어떻게 결정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당초 이번 실국장 인사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이 실장 퇴진설이 복지부 주변에서 확산된 적이 있다. 한동안 그의 거취를 둘러싸고 호사가들이 적지 않은 관측을 쏟아내곤 했다.    

 

배 실장도 문 정부 출범 직후 한 번의 쓰라린 실장 승진 탈락을 겪고 이번에는 우여곡절 끝에 성공했다. 실장급에서 또는 그 이상 보직에서 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 최대 현안은 ‘커뮤니티케어’로 꼽힌다. 커뮤니티케어란 돌봄(Care)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Community)에 거주하면서 개개인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 사회서비스 체계를 지칭한다.

 

복지부는 커뮤니티케어 추진단이라는 한시조직을 신설, 총력을 기울이는 상태다. 배 실장도 커뮤니티케어 추진본부의 본부장을 맡아 총 지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복지부 주변 관계자들은 “이번 인사로 인해 배 실장이 이 실장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섰지만 본인들은 승진이나 보직 등에 이미 초월한 상황으로 판단된다”면서 “그들의 우정이 부럽기만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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