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의 합병비율 불만 집중 제기…'주주권익 보호' 경영진 외침에 주주들 분통

삼성물산 최치훈 이사회 의장(왼쪽)과 장달중 이사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삼성물산 22일 정기 주주총회가 주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속전속결로 막을 내렸다. 주총장에서 주주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비율이 불합리함을 성토하며, 배당금 확대 등의 정책이 주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5층에서 열린 이날 삼성물산 주총은 주주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듯 수백여개의 좌석을 꽉 채운채 진행됐다. 최치훈 전 삼성물산 사장이 의장을 맡아 모든 안건이 일사천리 통과됐다. 안건은 ▲제54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윤창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다. 거버넌스(지배구조) 투명성 및 전문성 강화를 통해 '주주권익 증대' 차원에서 이뤄지는 대표이사, 이사회 의장 분리안도 통과됐다.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최치훈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장(사장)은 사내이사 직을 연임했다. 전날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최 의장, 이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과거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계획 승인을 결의한 이사회 구성원’인 점을 근거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사장과 제너럴 일렉트릭(GE) 재직기간이 겹쳐 독립성 문제가 거론된 필립 코쉐 전 GE 최고생산성책임자(CPO) 역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안건이 빠르게 통과되면서 주총은 1시간 40여분만에 끝났다. 당초 예상 시간인 2~3시간 대비 빠른 속도다. 

◇ “이재용 부회장 욕심에 주주들만 희생됐다”…점화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란

최 의장은 주총 진행 내내 연신 주주권익 보호를 강조하며 그 일환으로 거버넌스 투명성과 전문성 확립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발은 거셌다.

최근 재점화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에 대한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합병 전인 2014년 1분기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자산총액은 각각 4조7000억원, 8조300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차이난다. 다만 합병비율은 1대 0.35로 삼성물산에 되레 불리하게 합병이 진행됐다는 점이 주주들의 불만을 키웠다.

주총 진행 과정에서 한 주주는 회사의 규모를 가늠하지 않고 단순 주가 비교만으로 합병이 진행된 사실을 거론하며 “(불합리한 합병비율로 회사가) 주주들의 돈을 강탈했다”며 “직원들 정리해고만이 아닌 (합병에 관여한) 임원들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주는 “주주들이 투자를 했지만 모두 합병 뒤 가치 하락을 면치 못했다. 합병이 잘못됐다는 사실은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얘기해야 한다. 합병의 근거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최 의장은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코스피 상장사다. 합병비율 관련 법령인 자본시장법에 따라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 기준으로 (합병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며 “임의산정에 따른 소수 주주에 가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가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정해야 한다. 당사 주가 기준 합병비율인 1대 0.35는 적정한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추진하는 배당금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내실이 빠졌다고 일갈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삼성물산은 2017년부터 3개년 동안 주당 배당액을 종전 550원에서 2000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울산에서 올라왔다는 한 주주는 “지금 주주들의 불만은 현 삼성물산의 주가가 현저히 낮아 벌어지는 것이다. 배당을 주당 2000원 한다고 회사가 말하지만 현 주가가 20만원이 되면 주주들이 웃으면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총이 끝나고 만난 김아무개씨(73)는 합병 이후 배당금액이 15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승계작업을 편하게 하기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입김이 합병비율에 작용했다”며 “주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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