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아닌 ‘의무’ 규정한 형사소송법…박찬운 교수 “국가가 의무 안 지켜”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치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 사진=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10시 30분 예고된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해 이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지만, 검찰은 구인장 집행 의사가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영장실질심사 제도를 잘못 이해하고 운용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1997년 도입된 영장실질심사 제도는 검사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한 뒤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보호 장치로, 통상 피의자가 직접 나와 구속 수사의 불필요성을 항변하는 게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제도가 있기 전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수사기록에 의존해 구속 여부를 결정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는 사례도 상당하다.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는 이유로는 ▲구속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여론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 ▲수사기관에 자신의 재판 전략을 드러내지 않고 싶을 경우 등이 꼽힌다.

그렇다면 피의자가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포기했다고 해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구속영장 청구와 피의자 심문에 관한 내용을 정리한 형사소송법 201조의2의 제2항에 따르면 영장실질심사에서 피의자의 출석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이 조항은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피의자를 구인한 후 심문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단서조항에 ‘피의자가 도망하는 등의 사유로 심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예외 사례를 언급할 뿐이다.

하지만 검찰은 관행적으로 피의자가 불출석 의사를 밝힐 경우 구인장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강제구인이라는 절차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피의자가 불출석하면 검찰은 피의자 신병 확보라는 영장청구의 목적을 좀 더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찬운 한양대학교 로스쿨교수는 국가가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구인장은 체포되지 않는 피의자를 법정으로 강제출석시키는 수단”이라며 “(영장실질심사에 피의자의 출석은) 피의자의 의무가 아니라 국가의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9조3항은 형사 피의자를 구속하는 경우 신속하게 법관에게 인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국가가 구속절차에서 ‘자동적으로 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우리의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이 규정에 따라 운용하지 않으면 국제법을 위반하는 사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피의자의 선택이 가능한 것은 구속적부심이지 영장실질심사는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박 부장판사는 제출된 조사자료 및 간접 소명자료 만으로 심리한다. 검사와 변호인이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심문이 없어, 영장실질심사 결과도 일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대신,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로 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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