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공개채용 역대 최대 규모…청년 실업난 가중 우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향후 3~5년간 중소·중견기업 청년 취업자들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취업준비생들은 공무원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사진=뉴스1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향후 3~5년간 중소·중견기업 청년 취업자들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취업준비생들은 공무원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시적인 지원금 중심 정책 대신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하려는 청년들이 많아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년 실업난이 가중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공개채용을 통해 국가직 공무원 6108명, 지방직 공무원 2만5692명으로 총 3만1800명을 뽑는다. 이는 지난해 대비 5772명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이에 대학 입학과 동시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학생 김아무개씨(21)는 “공무원 시험 자체가 연령, 학벌 등을 따지지 않고 모두 동일한 조건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하게 됐다”며 “어차피 시작할 거라면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는 생각에 대학교 입학부터 준비했고, 벌써 준비한 지 1년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아무개씨(23)는 “요즘 대학교 입학 후 대학생활을 즐기는 대학생들은 흔치 않다”며 “최근 대학교마다 공무원 준비반도 생겼다”면서 “공무원 준비반 모집하면 무조건 들어갈 생각이고, 학원도 등록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준비생 가운데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36.9%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또 지난해 9급 국가공무원 공채 최종합격자 중 청년층이 23.91%를 차지해 청년 공무원 준비생들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무원 관련 학원도 증가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 관련 인터넷 강의 수가 증가한 것은 물론, 노량진부터 강남, 신림동까지 학원 분원까지 생기고 있다. 특히 신림동은 사법고시 폐지 등의 이유로 일부 기존 사법·행정·외무고시 전문 학원들이 공무원 시험 학원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정아무개씨(22)는 “예전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다 노량진으로 몰려 수강신청 전쟁이었는데, 지금은 인터넷 강의부터 여러 분점이 생겨서 쉽게 수업 들을 수 있어 주변 대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청년 실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무원을 대거 선발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지원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공무원에 합격하는 인원은 전체 응시인원의 2% 수준으로, 국가공무원 9급 공채 기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9급 국가공무원 기준, 공채 필기시험에 접수한 인원은 22만8468명이였지만 이 중 4994명만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접수인원 중 2.19%만 합격한 것이다.

아울러 공무원 준비생들은 시험 준비 기간 동안 많은 시간, 비용 등이 요구된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무원시험 준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험 준비를 시작한 뒤 최종합격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2년 2개월로, 전체 수험기간 동안 학원비·주거비·식비 등을 모두 합했을 때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61만9000원이었다.

서울 소재 대학 한 취업 컨설턴트는 “공무원을 대거 뽑겠다고 하면 요즘 같은 취업난에 청년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많이 뽑는다는 기대감에 공무원 준비했다가 치열한 경쟁에 좌절감만 더 커지고 비용은 비용대로 쓰게 될 수 있다”면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도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청년들이 많은 만큼, 준비 전 본인 적성과 맞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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