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면세점 “29.7% 인하율 수용 못해”…공사 측 “업계 요구 객단가 반영할 수 없어”

인천공항공사에 대한 중소·중견면세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제2여객터미널(T2)이 개장하면서 공사와 면세점 업계 간 임대료 조정 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임대료 인하율을 두고 양측 간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대기업인 롯데면세점 역시 공사와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1터미널 철수를 감행한 상황에서, 그보다 협상력이 약한 중소·중견면세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21일 중소·중견면세점 업체 4곳(SM·시티플러스·삼익·엔타스면세점)는 인천공항공사 청사 앞에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T2 개장에 따른 T1 임대료 조정 요구가 뜻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반발이다. 이날 자리에는 최종윤 SM면세점 대표이사, 안혜진 시티플러스면세점 대표이사, 유동환 엔타스면세점 대표이사 등 중소면세점 관계자들 수십명이 모여 약 1시간 가량 집회를 진행했다. 

 

21일 중소·중견면세점 업체 4곳(SM·시티플러스·삼익·엔타스면세점)는 인천공항공사 청사 앞에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박견혜기자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임대료를 책정하는 데 있어 대기업과 같읕 기준을 적용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들 4개 업체는 T2 개장으로 T1의 여객의 여객을 빼앗긴데다, 중소·중견면세점의 매장 위치가 롯데·신라면세점 등 대기업에 비해 불리하기 때문에 임대료 인하율을 37.5%로 하고, 여기에 항공사별 객단가(고객 1인당의 평균 구매액 )​ 역시 반영해 재검토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일반적으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기 이용객의 구매력이 저비용항공사(LCC) 이용객보다 더 크다고 본다. 다만 인천공항공사는 현재 모든 입점 업체에 대해 29.7%의 임대료 인하안을 제시한 상태다. 

 

안혜진 시티면세점 대표는 이날 자리에서 “중소면세점은 면세점 매출을 좌우하는 매장위치나 마케팅 수단, 브랜드 협상력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한경쟁과 대기업보다 낮은 임대료 수준, 공사에서 외친 공정경쟁, 동반성장을 믿고 인천공항에 진입했다”면서 “하지만 진입 이후 대기업과의 출혈경쟁이라는 생존위협에 매순간 놓였다. T2 오픈 후에는 협상력이 낮은 중소기업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안 대표는 “중소면세점들은 롯데나 신라가 기피하는 외진 곳에 있다. 여객들은 중앙 면세점에서 다 구매하고 중소면세점은 지나가다가 작은 것만 구매해 객단가가 낮다”며 “그런데도 대기업과 같은 인하율을 적용받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이들 업체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단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탑승동, 여객동별로 신뢰할만한 객단가 자료가 없어서 이를 임대료 인하율에 반영할 수 없다”면서 “대기업은 적자를 보고 있지만, 저들은 이익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임대료 인하율을 추가로 더 올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강경한 공사 입장에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지난 2월 주류·담배 사업권(DF3)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사업장을 철수키로 한 바 있다. 

 

한편 시티면세점은 김포공항에서 철수한다.업황 악화로 임대료가 밀린 탓에 한국공항공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것이다. 시티면세점은 다음달 21일까지 철수 절차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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