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경쟁적으로 슬금슬금 올린 외식물가…소명되지 않은 가격인상의 부작용 알아야

가격 인상에 대해 쓰려는 것이다. ​1년 전과 지금은 분명 무엇이 달라졌다. 쓸 수 있는 근육이 1년치 줄었고, 같은 곳을 다쳐도 더 늦게, 덜 확실히 아문다. 먹은 나이만큼 마음이 조급해져서 밥 먹는 속도도, 숟가락을 내려놓는 속도도 빨라졌다. 먹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마침 밥값도 올랐다. 집밖에서 먹으나 집에서 먹으나 들어가는 비용이 매한가지로 늘었다. 고작의 1년은 상황을 악화시키고만 있다. 

 

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그래서 포기했다. 치킨값이 조용해지자 이후 햄버거 가격이 은근슬쩍 오르기 시작했다. 롯데리아, 버거킹, 맘스터치, 모스버거, 맥도날드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격 인상 대열에서 절대 이탈할 수 없다는 듯이 시간차를 두고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폭은 100원, 200원이었다. “그렇게나 많이 오르나”라는 말을 꺼내기도 겸연쩍은 가격.

하지만 모든 곳에서 100원씩 올리고 나면 어디에선가는 1000원을 더 쓰게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사정은 아랑곳없이 이후에도 다른 프랜차이즈들은 가격 인상을 발표하고 나섰다. 커피, 떡볶이, 설렁탕, 토스트, 샌드위치…. 사랑해 마지 않는 음식들이 제값을 올리고 나서니 어쩌겠는가.

 

밉지만 끊어내지 못하는 처지라 치사하더라도 가격에 굴하고 마뜩잖은 추가 비용을 감당하기로 한다. 동시에 언젠가 담뱃값이 올랐을 때 만났던 무거운 얼굴들을 생각한다.

그러다 생수값도 올랐고 즉석밥도 올랐다.

모든 인상에는 이유가 있다. 각 사가 각각 도모했지만 어쩐지 닮은 이유들. 최저임금이 ‘무려’ 16.4%나 올라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원부재료비가 상승한 데다 지속적인 원가 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가까지 올라버렸다, 그러다보니 유통과 물류비용이 덩달아 올랐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언제까지고 라면 한 봉지가 650원일 순 없다. 쌀값이 22.7% 올랐고, 돼지고기 가격은 12.7% 상승했다는 설명이 있다면 쓰리지만 수긍할 수 있다.

다만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유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예전에 가격을 내렸는데 부담이 돼서 이번에 다시 올린다, 몇 년만에 올리는 거다, 가격을 올린 대신 제품을 개선했다, 는 식이 그 것. 모두 구체적인 인상 이유는 삭제된 채 상황을 대충 얼버무리는 설명들이다.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지목한 인건비·임대료 인상률과 가격 인상률의 관계를 명확히 소개한 설명도 없다. 그저 ‘제반비용이 상승했으니 가격도 올리겠다’는 미완의 호소만 있을 뿐이다.

이에 소비자 단체들도 이의를 제기한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보다 가격 인상폭이 더욱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가격 인상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한 업체가 올리니까 다른 업체도 따라서 가격을 올리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네가 올렸으니 나도 올리겠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인건비나 원재료 가격 상승과 무관한 가격 인상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유가 소명되지 않은 가격 인상의 후과는 결국 누구의 몫이 될 것인가. 업체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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