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동맹 강화 필요…통상에서는 한국 겨냥한 미국의 압박 거세

사진은 지난 1월 31일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을 수석대표로 한 우리측 협상단과 마이클 비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2차 협상을 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관세부과는) 타이밍이 안 좋다.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공조에 나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9일(현지시간) 게재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안보 및 통상 외교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 정부는 대미 외교에서 중요 시점을 맞았다. 한미는 곧 열리는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 반면 한국은 미국이 가해오는 철강 관세,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통상 압박으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둘 다 놓칠 수 없는 문제다.

한국 정부는 미국에게 구조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차장은 20일 시사저널이코노미에 “한국은 미국에 대해 분단이라는 굴레와 상대적으로 미약한 경제력으로 약자의 입장”이라며 “미국은 한국에 안보와 통상을 분리해 대응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 미국과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오늘 4월말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한국 정부의 중요 과제다. 국민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않는 한 전쟁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 핵 미사일 개발과 이에 대한 미국의 대북 제제 강화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매우 높았다. 올해 초에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에게 핵 미사일을 발사할 핵 단추가 있다며 서로를 위협했다. 이들의 핵 단추 발언에 한국 국민들은 긴장했다.

그러나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한데 이어 남북은 정상회담을 4월말 갖기로 합의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북 특사단에게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비핵화 협의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5월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4월말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 사이에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남북회담 결과를 미국에 전달해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정부는 비핵화 달성을 위해 정교하게 전략을 다듬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7일 한국·미국·일본 안보실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북미정상 회담에 대해 협의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 군사 동맹인 미국은 한국에 대해 통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했다. 한국은 군사동맹이었지만 예외가 아니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매우 나쁜 협정(FTA)을 맺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대상으로 통상 압박 조치를 실행했다. 지난 1월 한국산 제품을 포함한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했다. 사실상 사문화 된 ‘무역확장법 232조’도 부활시켜 지난 9일 한국을 포함한 수입산 철강에 25% 관세 부과를 확정했다.

무역확장법은 자국의 안보가 침해됐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외국산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여기서 제외됐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자의적으로 철강관세를 부과할 국가와 제외할 국가를 선택했다.

이러한 정세속에서 외교 전문가들은 대미 외교에 한계가 있지만 국익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당당한 외교적 자세의 필요성도 밝혔다.

장용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와 재선을 위해 북핵 해결과 철강 관세 부과 등을 실행중이다”며 “철강 관세 부과의 목적은 한국보다 중국에 있다. 또 대상에는 유럽연합과 일본 등도 속해 있다. 정부는 홀로 이 문제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에 나서기 보다 다른 국가들과 공조하는 게 효율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용준 교수는 정부는 전략적 모호함도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현정 차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안보 동맹이라는 이유로 통상 부분에서 우리 입장을 봐주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에 약소국의 입장이다. 그렇지만 이 한계 속에서도 정부는 최대한 국익을 실현하기 위해 통상 압박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전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이어간다고 밝히지 않았지만 그 정책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주한미군은 북한 이라는 명분을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는 이익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므로 한국은 미국과의 통상 문제에서 무조건적 저자세가 아닌 당당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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