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의무 맡고 있는 은행까지 ‘동반 부담’

박만성 옥타솔루션 대표이사가 핀테크 사업자를 위한 자금세탁방지(AML)/ 리스크 중심 접근(RBA) 조찬세미나에서 솔루션 구축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 사진 = 시사저널이코노미


핀테크 업무가 확대되면서 금융 관련 의무 규정 준수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핀테크 기업이 IT를 기반으로 출발해 까다로운 금융 관련 규정 준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 진출 최대 걸림돌이라고 반발한다. 이들과 거래하는 은행들은 핀테크 업체의 의무 규정 준수 책임을 떠안게 돼 은행 업무 부담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부담스러워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핀테크 외화송금업체와 가상화페 거래소가 지켜야할 자금세탁방지 의무규정이다.   


◇ 가상통화 취급업소 범위 ‘지나치게 넓어’


지난 16일 옥타솔루션이 주최하고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가 후원한 ‘핀테크 사업자를 위한 자금세탁방지(AML)/리스크 중심 접근(RBA) 조찬세미나’에서는 이같은 핀테크 업계 어려움이 반영됐다.

 

주제발표를 맡은 정지열 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은 ‘핀테크와 자금세탁방지 최신 동향’을 설명하면서 의무 규정과 관련돼 금융업계 부담을 지적했다.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경우 규제할 근거가 없다보니 계좌발급 과정에서 취급업소 범주가 넓고 실사 부담이 크다. 

 

정 협회장은 “취급업소 범위가 너무 넓어 대다수 업체들이 허용 범주에 포함된다”며 “업무 범위가 너무 넓어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근거할 규제는 사실상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지켜야할 규정과 은행이 계좌발급을 위해 가상통화 취급업소(가상화폐 거래소, 채굴업체 등)와 거래할 경우 지켜야할 의무 규정 등을 규정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 가상화페 거래소 범주는 매우 넓다. IT산업 상당 부분이 포함된다.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에 따라 전자상거래 소매업(G47912), 전자상거래 소매중개업(G47911), 전자상거래 통신판매업(G47919),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J58222), 컴퓨터 및 주변장치, 소프트웨어 소매업(G47919) 등이 모두 포함된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보니 이들이 모두 가상화폐를 취급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 시장으로 포함된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들이 가상통화를 취급하겠다고 나설 경우 해당 기업이 고객확인 등 금융 규제를 잘 준수하는 지 하나하나 살펴봐야 해 부담이다. 

 

은행연합회는 관리 효율화를 위해 지난달 가상통화 취급업소 명단을 발표해 은행들의 명단 관리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은행 등 관련업계는 G20 재무장관 이후 가상화폐 규제 관련 논의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류 기준이 좀 더 명확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 시행 9개월째 핀테크 외화송금…자금세탁의무 부담 지적 아직도

 

외화송금도 핀테크 업계 의무 부담이 강한 업무다. 외화송금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지난 2016년 코인원, 센트비 등 일부 비트코인 해외송금업자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조사를 받으며 업계의 반발로 허용됐다.

  

그러나 외화송금을 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할 자금제탁방지 의무 규정 준수는 업계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와치리스트필터링(혐의거래자 제외, WLF)의 경우 국가가 시스템을 구축해 업계에 제공해달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같은 국가적 지원은 국제소송의 위험 부담이 있다. 정 협회장은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WLF와 고객확인(CDD)를 도입하면 금융감독원 최소 등록요건은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협회장은 이와 관련 “클라우드컴퓨팅상에 웹스크래핑(온라인 검색을 통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을 통해 자동으로 혐의거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기능을 모듈별로 제공해 소액해외송금업자가 안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뒤 이어 주제 발표를 한 옥타솔루션은 핀테크 업계를 위해 WLF, CDD 등을 순차적으로 확장해 제공하는 모듈별 솔루션을 제안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