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에 맞불…자동차 세금부과 주장에 전면전 양상, 반전 가능성도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 사진=AFP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시킨 글로벌 무역전쟁이 점차 고조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발표하자 EU(유럽연합)가 보복관세 품목을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발표된 품목을 합친 연평균 규모만 28억유로(약 3조7000억원)에 이른다. 앉아서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 EU는 강력히 대응할 준비가 됐다”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말이 허언이 아닌 셈이 됐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EU가 발표한 보복관세 대상 미국산 제품 목록에 쌀, 오렌지 주스, 주방용품, 의류·신발, 세탁기, 섬유, 위스키, 오토바이, 보트, 배터리, 메이크업 제품, 건설업 등에 쓰이는 금속 제품 등이 이름을 올렸다. 28개 회원국을 대표해 무역 문제를 논의하는 EU 집행위원회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U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을 경우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단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회원국인 캐나다, 멕시코와 동맹국인 호주에 대해서는 면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EU 수뇌부는 지속적으로 미국 정부와 접촉하며 EU산 제품도 면제 목록에 포함될 수 있도록 애써왔다.

이와 관련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 출석해 EU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이 면제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동시에 유럽으로 수입되는 미국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EU가 보복관세 리스트를 발표하면서 전선은 ‘강대강’으로 흐르는 국면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EU 회원국서 생산된 자동차까지 세금부과 대상으로 언급한 터라 전면전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EU에서도 핵심 국가인 독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점도 향후 갈등 소지가 큰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에도 미국이 수입하는 독일산 자동차에 35%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BMW·폴크스바겐·아우디 등 미국 시장서 점유율이 높은 독일 업체들을 겨누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말스트롬 집행위원이 미국 무역대표부 및 상무부와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어 극적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국가의 수출이 미국 산업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 경우 관세 면제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반복해 말해왔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EU의 보복관세 품목 발표 소식이 알려진 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개별국가들과 담판을 계속하고 있다. 다음 주말까지 계속할 것”이라면서 “거기에는 약간의 융통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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