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 반환 협상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시민단체는 ‘반발’

안병옥 환경부 차관이 지난해 10월 27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반환 예정 미군기지 캠프 마켓 환경오염 정보 공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환경부는 인천 부평에 위치한 반환예정 미군기지인 캠프 마켓 부지의 내부 환경조사 결과 다이옥신류·유류·중금속 등의 복합적인 토양오염이 발견됐으며 주한미군 측과 함께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과 공개는 SOFA 공동환경평가절차에 따라 우리나라가 실시한 환경조사 결과를 한·미간 최종 합의해 이뤄졌다. / 사진=뉴스1


법원이 유류·중금속으로 오염된 부평미군기지의 위해성 평가 보고서의 공개를 불허했다.


가치판단이 확정되지 않은 정보로 향후 미군과 협상 과정에 다양한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고, 공개 시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알 권리와 건강권이 외면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인천녹색연합이 낸 환경부를 상대로 제기한 ‘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위해성평가보고서’ 정보비공개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환경오염조사 내용은 공개하더라도 위해성평가 내용은 공개하면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 환경오염조사 내용은 오염정도가 수치화된 자료이며, 위해성평가 내용은 이 오염정도가 사람에게 얼마나 해를 끼칠 수 있는가를 분석한 자료다.

재판부는 “위해성 평가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위해성 평가 정보에는 부평미군기지의 오염도에 관한 객관적인 지표만 표시된 것이 아니라, 오염정화에 필요한 조사결과 값을 토대로 이를 분석 또는 해석한 내용 등 가치판단이 포함된 내용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가치판단이 포함된 내용이 상당 부분 있는 확정되지 않는 정보는 협상 당사자에게 여러 가지 선택의 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다”면서 “현재 한미 양국 정부 간에 반환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향후 정화목표, 치유계획 등에 따라 협상 과정에 이 부분 정보가 다양한 전략과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정보가 공개되면 가깝게는 부평미군기지 반환 협상 과정, 장기적으로는 미군기지 반환 협상 일반에서 대한민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인천녹색연합 측은 “부평미군기지 위해성보고서는 기지 내 오염물질과 그 독성에 노출되었을 경우 위험 정도에 대한 객관적 평가 자료로 어떠한 가치판단이나 왜곡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 않다”면서 “오히려 일부 공개된 자료를 통해 부평미군기지가 치명적 독극물인 다이옥신과 유류, 중금속 등에 복합 오염된 것이 확인된 만큼 시민들의 건강권과 안전을 위해 보고서 전체를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즉시 항소할 계획을 세웠다.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 위치한 부평미군기지 부지 23만여㎡는 현재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반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인근에는 부영공원과 아파트 단지가 밀집돼 있다.

2015년 7월과 2016년 6월 두 차례 진행된 환경조사와 위해성평가에 따르면 다이옥신류, 유류, 중금속, 테트라크롤로에틸렌,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 등 오염이 발견됐다. 지하수에서는 석유계총탄화수소와 트리클로로에틸렌 등이 검출됐다.

1991년 작성된 미 육군 공병단 보고서에는 부평미군기지에서 1987년부터 1989년까지 3년간 잔류성유기오염물질인 PCB(Transformer oil) 448드럼, 수은 폐기물(Mercury waste) 10파운드, 석면(Friable asbestos) 2580파운드 등이 처리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부평구와 국방부는 2012년 환경조사에서 부영공원 토양이 석유계총탄화수소(TPH)와 중금속에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오염토 총량은 3만1000에 달했다. 그 후 약 47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2015년 3월부터 1년 7개월간 환경정화 작업이 이뤄졌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2015년 7월 서울 용산미군기지 내부 16개 지하수 관정에 대한 시료 채취 결과 및 유류오염 관련 항목 분석 결과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판결은 지난해 4월 확정됐다.

민변은 또 2016년 10월 서울 용산미군기지 내부 및 녹사평역 주변 지하수 시료채취·지하수위 측정에 대한 결과 및 유류오염 관련 항목 분석 결과에 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환경부 장관의 비공개 결정에 민변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이 판결을 지난해 11월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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