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인터뷰…“국내 VC는 꾸준히 성장 중”

촬영=노성윤 PD / 편집=노성윤 PD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유니콘 스타트업(상장 전 기업가치 1조원을 넘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변화와 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기 위해선 벤처캐피탈(VC)과 인큐베이터의 역할 또한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이 자신만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단다.

박 대표는 핵심역량이 있는 스타트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산업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들을 찾는 것이다. 박 대표는 글로벌 가수 방탄소년단을 키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영화 VFX(Visual FX, 시각 특수효과) 제작업체 넥스트비쥬얼스튜디오’, 통합 모바일 서비스 옐로모바일’,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마켓컬리(더 파머스)’ 등 내로라하는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단행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시리즈A(스타트업이 정식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치하는 투자 단계)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92개 스타트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사로 보유 중이다. 중국 상해 법인의 현지 투자도 활발하다. 한국에서도 많은 유니콘 스타트업이 탄생할거라고 말하는 박 대표를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LB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만났다.

한국 투자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화두는 무엇이었나.

기본적으로 한국의 산업구조가 제조중심에서 4차산업혁명으로 넘어왔다. B2B(Buciness to business·기업 간 거래), 하드웨어 산업에서 빅데이터와 스마트 기술로 변화한 것이다. 지난해를 기반으로 4차산업혁명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성장했다. 중국은 특히 ICT 서비스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산업 제약이 없고 시장이 큰 덕분이다. 국내 VC 역시 4차산업혁명 핵심기술인 ICT, 바이오헬스 등을 선호한다.

지난해 가장 투자를 많이 받은 분야는.

ICT서비스다. 특히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분야가 많이 투자를 받았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헬스케어 기업들은 투자를 많이 유치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많이 받았다는 건 의미가 있다. 기반기술과 ICT를 결합하면서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핵심기술을 서비스에 접목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이 많다.

중국 스타트업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유니콘도 많이 생겼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시장 차이점은.

중국은 1년에 기업 400만개가 새롭게 만들어진다. 스타트업에 투자된 자금은 약 40조원이고 인수합병(M&A) 시장 규모는 100조원이다. VC 경쟁도 격화되는 추세다. 중국은 나라 전체가 창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학교 출신들 과반은 창업에 도전한다.

중국 정부는 인위적으로 미국 서비스를 막고 있다. 중국 기업 서비스가 큰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중국 시장 내에서 자본, 창업, 회수가 골고루 성장 중이다. 이 힘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나간다. 많은 중국 기업들이 자국 시장을 발판으로 삼아 해외 진출과 수출을 생각 중이다. 한국과는 (시장 규모 차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LB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을 배경으로 선 박기호 대표. 현재 LB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사는 92개다. / 사진=노성윤 영상기자

한국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니콘 스타트업이 잘 생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시장 규모가 작다. 미국, 중국은 국내 서비스 시장을 공략한 뒤 해외 시장으로 나갔다. 자신의 시장 자체가 글로벌이다. 자국 시장을 잡아 대규모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스타트업들이 국내 시장만 잡아서는 글로벌 유니콘으로 클 수 없다. 한계가 있다. 또 국내에는 삼성, 현대차, LG등 대기업 B2B형 중소기업 비중이 크다. 자체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는 스타트업이 부족하다. 물론 중소기업,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단독으로 해외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함께하면 생존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유니콘을 만들기 위한 VC의 역할은.

VC는 충분한 재원을 투자해야한다.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 유능한 아이가 탄생하려면 그만큼 힘들지 않나. VC도 유능한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위험요소를 감안하고 재원을 최대한 투자해야 한다. 더불어 해외를 잇는 가교역할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만 유니콘을 만들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들의 투자회수(EXIT)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 않나. M&A시장이 작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본적으로 한국 벤처 생태계의 문제다. 스타트업이 스스로 기술을 개발한 뒤 사업을 검증하고 상장을 한다는 건 거의 신데렐라 이야기다. 스타트업의 투자회수를 키우는 게 M&A. 미국, 중국은 기업공개(IPO), M&A가 크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작다. 국내 대기업들은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한 법 제도가 있다. M&A 활성화를 위해선 인수할 수 있는 주체들의 세력을 확대해야 한다. 성공한 스타트업이 다른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거나 해외 기업들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형태가 많아져야 한다. 중국 바이두가 그 역할을 가장 잘하고 있다. 매수세력, 즉 기업들에 대한 법제적인 제도를 열어줘야 M&A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수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인큐베이터들이 활발해져야 한다.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들이 인큐베이터의 도움으로 기업을 세우고 성장 발판을 만든다. 좋은 인큐베이터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벤처 생태계를 성장시킬 수 있다. 동시에 투자 활성화도 중요하다. 초기 투자를 지나 시리즈A, B, C 투자가 활발해질수 있도록 유능한 투자자가 (생태계에) 들어와야 한다.

앞으로 VC업계 전망은.

국내 VC들이 양적으로 성장 중이다. 스타트업들에겐 성장이라는 숙제가 있다. 아직까지 한국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지 못했다. VC는 산업을 선도하는 투자다. 산업변화와 성장을 함께 가져간다. 경제가 역동적으로 변하는 한국에선 VC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VC생명선역할을 할 것이다. 대기업 편중도가 높은 한국에서 다양한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오고, 또 도전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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