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들 자백엔 ‘허위진술’·제시된 증거엔 ‘조작’ 주장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치고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두환, 고(故)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5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은 불명예를 안게 됐다. / 사진=뉴스1


20여개 범죄 혐의로 밤샘 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무진에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의 주장과 배치되는 측근들의 자백엔 ‘허위’라고 했으며, 제시된 객관적인 증거에는 ‘조작’이라고 잡아뗐다. 다만 김윤옥 여사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사실은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5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의 이 전 대통령 조사 태도를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으며 “나는 알지 못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진이 했을 것이다”라는 답변 태도를 고수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등을 돌린 측근들의 자백에 ‘허위진술’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백준, 김희중, 이동형, 김성호, 권승호, 이병모, 이영배, 박재완, 김주성, 강경호, 이팔성, 최등규 등 주요관련자들 진술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자신들의 처벌을 경감하기 위한 허위진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사실이 기재된 복수의 청와대 보고문건 등 객관적 자료에 대해서도 ‘조작’이라고 잡아뗐다.

이 관계자는 “영포빌딩에서 대통령기록물과 함께 압수된 문건인데도 (이 전 대통령은) ‘조작된 문건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삼성 소송 비용 대납에 관해서는 삼성이 대납한 사실을 알지 못했고, 다만 에이킨 검프가 무료로 다스 소송을 도와준 것 정도로 알고 계셨다는 입장이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조작’ 주장에 대해 검찰은 “해당 문건은 영포빌딩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것들이고 작성자, 출처 등 확인까지 모두 마쳤다”며 “작성배경 등 확인은 조사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고 일축했다.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으로부터 압수된 차명재산 장부, 뇌물공여 액과 날짜 등이 명시돼 있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메모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은 “나는 차명재산이 하나도 없다” “알지 못한다”라고 부인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중 10만 달러(약 1억700만원)를 받은 사실 등 일부를 시인했다. 이 돈은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아 김윤옥 여사에 전달한 돈이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희중 전 실장은 검찰조사에서 “국정원에서 받은 10만 달러를 미국 국빈 방문 전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나 이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 여사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진술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진술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진술 분석이 끝나지 않았고 검찰이 보고 있는 혐의와의 관계, 이에 부합하는 사실관계를 보완할 것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면서 “어떻게 처벌할지 여부는 현재까지 특별히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마친 뒤 6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역시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 초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조사가 종료된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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