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원론적 입장 발표 이후 며칠 내 영장 청구, MB도 이번주 중 전망…장기간 재판 및 높은 구형도 불가피 할 듯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치고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두환, 고(故)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5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은 불명예를 안게 됐다. / 사진=뉴스1


제17·18대 대한민국 대통령 두 명이 1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돼 조사를 받는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됐다. 구속에 이어 1년여의 재판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운명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이어질 지가 관심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전 9시 23분쯤 피의자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15일 오전 6시 25분쯤 귀가했다. 조사에 소요된 시간은 21시간에 달했다. 신문은 전날 밤 11시 56분쯤 종료됐지만, 조서열람 시간이 6시간 가깝게 길어진 탓에 귀가가 늦었다. 검찰은 밤샘 조사에서 확보한 진술 내용을 토대로 이르면 이번 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1년 전인 2017년 3월 21일 오전 9시 35분. 이 자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433억원의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 피의자 신분이었다. 그가 검찰 청사를 떠난 시각은 이튿날인 오전 6시 55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조사에 14시간 5분, 조서 열람에 7시간 15분 등 모두 21시간 20분간 검찰청사에 머물렀다. 검찰 조사를 받은 역대 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긴 시간이었다.

소환조사 직후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법과 원칙에 맞게 판단하겠다”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진술 등을 분석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후 영장 청구는 소환조사 6일 만인 2017년 3월 27일에 있었다. 검찰은 “권한 남용·비밀 누설 등 사안이 중대한데도 박 전 대통령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다”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순실과 뇌물공여자들이 구속된 것을 감안하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구속영장이 청구된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발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당한 양의 진술내용과 확보된 증거들과의 상호관계 및 허점 등을 파악해야 하므로 검찰은 ‘법과 원칙’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이 전 대통령이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을 뿐만 아니라 뇌물공여자 및 방조범 등이 이미 구속된 사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증거인멸의 우려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의 염려가 있는 때 등을 구속의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영장청구 나흘 만인 2017년 3월 31일 새벽에 이뤄졌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주요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역시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장 시간인 8시간 41분간 이뤄졌다.

경기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에 대기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미결수용자 신분으로 즉시 수감됐다. 서울구치소는 ‘신입자’로 분류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진촬영, 지문채취, 수용자 번호지정 등 법률이 정한 조치를 진행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독거실’에 수용됐다.

구속 이후 검찰은 최장 20일 동안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할 수 있었지만, 당시 대선일 등을 고려해 다음달 17일 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1기 특별수사본부에서 밝힌 9가지 혐의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가한 7가지 혐의, 2기 특수본 수사로 새롭게 드러난 2가지 혐의가 더해져 총 18가지가 됐다. 재판도 길었다. 총 100회 공판기일이 열렸으며, 검찰의 징역 30년 구형까지 기소일로부터 317일이 걸렸다. 1심 선고는 오는 4월 6일 진행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는 20여개에 이르며, 수사과정에서 추가 범죄사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중 법정형이 가장 높은 혐의는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1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사업) 관련 의혹에도 수사력을 분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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