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전직 대통령 소환…검찰청사 경계 ‘삼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을 찾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 전 대통령은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 20여개 범죄사실로 검찰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검찰은 막바지 질문지를 정리하면서 청사 보안에도 큰 신경을 쏟고 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신분임을 감안해 한차례 소환조사로 수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어서, 이 전 대통령은 밤샘 조사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110억 뇌물수수 10년 이상…가중 인자도 상당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직선거법위반,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20여개 범죄사실로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혐의인 동시에 법정형이 가장 높은 죄명은 뇌물수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과 삼성 등 민간기업으로부터 총 110억원대 불법 자금을 수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활비와 관련된 뇌물수수액은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 17억5000만원에 이른다. 검찰은 지난달 5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명시했다. 이 중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이 연루된 8억원은 불법 여론조사에 사용돼 공직선거법 위반(부정선거운동)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통령을 다스 실소유주로 결론을 내리고 삼성이 2007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대납한 것으로 조사된 다스의 미국 소송비 500만 달러(약 60억원)를 뇌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000만원), 대보그룹(5억원), ABC상사(2억원), 김소남 전 의원(4억원) 등이 이 전 대통령 측에 건넨 자금도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1억원 이상 뇌물을 수수한 사람에게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뇌물을 받고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 적극적으로 요구한 경우, 그리고 3급 이상 공무원인 경우, 2년 이상 장기간 뇌물을 수수한 경우 등으로 가중 인자도 상당해 형량이 무기한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주요 혐의를 부인하거나 돈이 오간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현관에서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스1


◆ 檢, MB가 다스 실소유주 결론…횡령·배임 등 혐의 적용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둘러싼 범죄 혐의도 상당하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 및 경영비리 의혹 중 금액이 가장 큰 사안은 300억원대 비자금이다.

검찰은 다스 경영진이 몰래 빼돌려 마련한 비자금 규모가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으며, 이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비자금이 이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으로 들어간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이영배씨가 다스 계열사인 홍은프레닝과 다스의 위장 계열사로 의심되는 금강에서 100억원대 추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파악했다.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자신이 지배하는 에스엠 등을 통해 123억원의 자금을 무담보로 대여해준 배임 의혹도 받는다. 에스엠 설립에 이용됐다고 주장하는 다스 하청업체 창윤산업의 한승희 대표는 전날 이 전 대통령 부자를 형법상 강요,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140억 투자금 반환 소송 과정에 청와대와 외교부 등 정부 기관을 동원했다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와 관련된 재산 등을 차명으로 관리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대선 허위재산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대통령 재직 중 허위재산 신고(공직자윤리법 위반), 친인척 명의 차명 부동산 소유(부동산 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검찰은 위 범죄사실에 공소시효 등을 따져보고 있다.

이밖에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 1월 25일 이 전 대통령 소유의 서초동 영포빌딩 지하 2층 청계재단 창고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다스의 BBK 투자 관련 문서와 함께 이명박 정부 청와대 문서들을 다수 확보했다. 이 기록물들은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건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이 불법으로 대통령 기록물을 청와대에서 빼내 보관한 것으로 보고, 관련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13일 이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게될 검찰청사 1001호실에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다. / 사진=뉴스1


◆ 5번째 전직 대통령 소환…청사경계도 ‘삼엄’

이 전 대통령이 소환되는 1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은 엄격히 통제된다.

검찰은 소환 당일 오전 일찍부터 서초동 중앙지검 청사와 서울고검 청사 전체를 통제한다. 일반인은 물론 사전에 취재를 신청하지 않은 기자들도 출입이 제한된다. 출입이 허가된 기자들도 개인 소지품 검사와 함께 금속 탐지기를 통한 몸수색을 받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이 설 ‘포토라인’은 더 삼엄한 경계가 이뤄진다. ‘근접취재’가 허용된 100여명만 포토라인 인근에 설 수 있다.

차량 출입도 모두 통제된다. 일반 차량, 취재 차량, 검찰 직원 차량도 입장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사전에 허락된 방송중계차량만 출입이 가능하다.

이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을 장소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은 중앙지검 1001호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실 중앙 테이블 한 쪽에 수사 검사들이 앉고, 반대편에 이 전 대통령과 변호인이 자리한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64·사법연수원 14기)와 피영현 변호사(48·33기)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신분임을 감안해 이 전 대통령 조사를 14일 한 번으로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 소환조사는 밤늦게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1시간 동안 밤샘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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