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 설문 결과…"9명 중 1명, 원하지 않은 성관계 요구 받아"
영화계 종사 여성 3명 중 2명은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외모평가나 음담패설 등 언어 성희롱이 가장 많았고 원치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았다는 응답도 있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은 지난해 7∼9월 배우와 작가·스태프 등 영화계 종사자 749명(여성 467명, 남성 2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6.1％가 성폭력·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었다. 여성 응답자는 61.5％, 남성은 17.2％로 성별 격차가 컸다.
연령대별로는 30대(48.3％)의 피해 경험이 가장 많았으며 20대(45.9％), 40대(43.1％) 순이었다.
성폭력·성희롱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군은 작가(65.4％)였다. 이어 배우(61.0％), 연출(51.7％), 제작(50.0％) 순으로 피해 경험이 많았다. 촬영·조명·녹음(27.1％)이나 배급·마케팅(28.0％) 분야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고용 형태별 차이도 컸다. 비정규직은 50.6％가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반면 정규직은 29.9％에 그쳤다.
여성 응답자의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유형별로 보면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와 평가, 음담패설이 40.0％로 가장 많았다. 술을 따르도록 하거나 원치 않는 술자리를 강요받았다는 답변이 33.4％로 뒤이었다. 이외에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보는 방식의 성희롱을 당했다(28.9％), 사적 만남이나 데이트를 강요받았다(27.6％),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하거나 강요받았다(22.3％) 등의 대답도 있었다.
특히 여성 영화인의 11.3％는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베드신·노출신을 강요받는 등 촬영 중 일어난 성폭력도 4.1％로 집계됐다.
가해자 성별은 남성(71.6％)이 여성(5.2％)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성 피해자를 상대로 한 성폭력 가해자는 76.7％가 남성이었다. 남성이 당한 성폭력의 가해자 역시 남성(43.5％)이 여성(39.1％)보다 많았다.
응답자 76.0％는 성폭력·성희롱 사건이 적절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영화계 내 성폭력 사건처리 절차에 대한 불신은 남성(58.8％)보다 여성(86.5％)이 더 컸다.
성폭력·성희롱 사건이 적절히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66.7％가 '인맥·소문이 중요한 조직문화'를 꼽았다. '문제 제기하기 어려운 권위적·위계적 분위기' 때문이라는 응답자는 57.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