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은 블라인드 되지 않는다”…여성 취업준비자들 성차별 느껴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국내 여성 취업자들은 남·여 채용 차별이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이아무개씨(26·여)는 올해로 2년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이씨는 총 4번의 공채를 준비하면서 매번 성차별을 느끼고 있다. 이씨는 “취업 준비생들은 모두 남·여 상관없이 공채 준비에 노력하는데, 정작 면접 대기실에는 남성 지원자가 대부분이라 여성 지원자들은 허탈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이 블라인드 채용 방식 등을 도입해 취업 성차별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국내 여성 취업자들은 남·여 채용 차별이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됐음에도 기업별 최종 합격자 비율은 여전히 남성이 높기 때문이다.

9일 고용노동부는 주요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이 여성 노동자 채용이나 관리자 임용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취업자 수는 남성은 약 1539만명, 여성은 1144만명으로 남성 취업자 수가 여성 취업자 수 대비 약 1.3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한국 여성 고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5년 연속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기업 임원 여성 비율도 한국은 2.1%로, 독일 20.1%와 프랑스 33.5% 등 선진국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성 근로자들은 여성 고용 차별 및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려면, 채용 과정에서의 차별, 임금, 배치 등에서의 유리천장 등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업준비생 3년차 정아무개씨(26·여)는 “서울 4년제 인문계에 스펙도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같이 준비했던 비슷한 스펙을 갖춘 남성 취업준비생들이 먼저 입사한 적이 많다”며 “서류에서 떨어질 때마다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공기업 산하기관에 지원했던 박아무개씨(22·여)는 “기업들의 블라인드 채용은 완벽한 블라인드가 아니다”며 “면접에서의 성별은 블라인드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종면접 지원자 수는 총 30명으로, 남성 5명 여성 25명이였는데 최종 합격은 남성 2명, 여성 1명이였다. 명백하게 면접 경쟁률이 성별로 차이가 크게 보여 성차별을 느꼈다”면서 “학벌, 어학, 자격증에 대한 차별이 사라져도 성별에 대한 차별은 계속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또 여성 직장인들은 취업에 성공해도 경력단절의 압박, 회사의 하위 직급 배치 등을 꼽으며 직장에서도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무역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아무개씨(33·여)는 “회사에 곧 결혼할 계획을 밝혔더니, 회사로부터 곧 그만둬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며 “인사팀에서 결혼 소식을 듣자마자 언제 그만둘 계획이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마케팅 관련 회사에 다니는 이아무개씨(28·여)는 “아예 처음부터 여성 비율이 높은 회사에 지원했다”며 “직무가 본인과 맞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오래할 수 있고 여성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기업 블라인드 채용 도입 지원을 위해 가이드북을 배포하고, 기업에 대한 컨설팅 지원도 늘려나갈 예정이다. 또 향후 인적사항을 배제한 직무중심의 채용기준을 사전 공개하고, 채용 결과의 투명성을 높인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충분한 예고 없이 블라인드 채용 절차를 진행해 그간 스펙을 쌓아왔던 사람들이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블라인드 채용을 개선시키고, 블라인드 도입의 긍정적인 효과와 채용설계 방법 등을 적극 홍보해 문제점을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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