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대출시 소득·채무 등 심사강화, 3분기 시행…"취약계층 저신용자 대안없이 벼랑 끝 내모나" 비판

정부 규제로 대부업체의 소액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진다. 이에 청년, 고령층 등 저신용자들은 급전 마련이 어려워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 사진=셔터스톡
대부업체의 소액대출 심사가 올 3분기부터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취준생, 고령층 등 취약계층 저신용자들의 급전 마련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부업계가 제공하던 긴급 대출 서비스를 대체할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금융당국의 규제만 강화됨으로써 자칫 이들을 벼랑으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르면 올해 7월부터 대부업체는 29세 이하 청년층과 70세 이상 고령층에 한해 300만원이하 소액대출이라도 소득·채무 여부 를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달 17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올해 3분기 중 공포·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대부업체는 300만원이하 소액대출시 신청자의 소득·채무 사항을 확인하지 않고도 대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대부업체가 이를 악용해 무소득자에게 소액대출 서비스를 제공한 뒤 과도한 추심을 진행하면서 고금리로 인한 파산 등 소비자 피해가 잇따랐다. 금융위가 대출조건을 까다룹게 하려는 것이 바로 이런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저신용·무소득자 등 제 1,2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금융소외층이 긴급 자금을 구할 수 있는 길을 차단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증명을 할 수 없는 이들은 제도권 금융업체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여전사, 대부업체 비롯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2015년 한국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고금리 대부업 대출 이용자의 70%가량은 신용등급이 낮거나 소득이 없어 제도권 금융회사에 대출 서비스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취약계층 중 20대 청년구직자 중 80%이상은 생활비, 취업준비자금이 부족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대부업체 비롯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학생을 제외한 청년 대출자 중 13%가량은 카드 대출이나 대부업체 대출을 받았다.

서울시 신림동에서 자취하며 2년째 취업준비를 하는 임아무개(남·28)씨는 “작년에 몸이 아파 몇 달간 아르바이트를 못한 적이 있는데 학원비는커녕 생활비조차 마련하기 어려웠다. 급전이 필요한데 학자금과 생활비 기대출금이 많이 남아있어 은행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눈 딱 감고 대부업체에서 100만원을 소액대출 받았다”라며 “소득 없는 사람들일수록 급전이 절실할 때가 많다. 급할 땐 대부업체라도 손을 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 저금리 서민금융 대출 서비스는 심사절차에 걸리는 시간이 다소 길고 수혜범위가 좁아 소액대출 서비스로는 이용할 수 없었다.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저금리 서민금융 서비스는 소득확인이 불가능한 무직자는 신청할 수 없다. 대학생 및 청년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저금리 상품도 기대출금이 많거나 연체 경력이 있을 경우 신용등급 심사 과정에서 탈락될 수 있다고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SBI저축은행 등 제1,2금융권도 무직자를 위한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신청자의 신용카드 6개월 이상 사용 이력, 기대출금 여부 등을 확인하는 까닭에 실질적으로 금융소외층이 긴급한 소액대출 서비스로 이용하기가 어려웠다.

금융당국은 고금리 대출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금융소외층이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상환 능력이 없는 이들이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것은 위험해 정책 원칙에 따라 규제가 필요했다”라며 “소비자가 고금리 대출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금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금융소외층을 위한 채무조정·법원 회생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상환 능력이 없는 이들을 위해선 복지 제도를 안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선 사실상 금융소외층이 긴급 자금을 구할 방도가 없는 상황에서 규제만 강화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소득이 없는 고객이 정말 긴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 대부업체를 찾는다. 이번 입법 사항은 사실상 업계 규제라기보다, 20대, 70대 이상의 개인들이 긴급한 자금을 융통하지 못하게 되는 소비자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며 “상환능력이 취약한 개인들이 제3금융권에서도 긴급한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불법 사금융까지 이용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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