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철강업계, ‘국가 면제·품목 제외’ 투트랙으로 협상 진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정부는 아직 확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 당국과 국가 제외 또는 품목별 제외 등을 위한 대미 협의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 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재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서명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 확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 당국과 국가 제외 또는 품목별 제외 등을 위한 대미 협의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또 주요국과 공조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 진행하고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표했다. 모든 국가에 대해 관세가 부과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는 잠정 제외됐다. 이들 국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 진전 상황에 따라 관세 부과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철강 관세가 현실화 되자 정부는 즉시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산업부 관계자는 “25% 관세가 추가 부과된다고 해서 모든 부담을 원래 철강 제조사들이 지는 것은 아니고 일부는 바이어들에게 전가된다​며 ​다만 대미 철강재 수출의 88%가 이미 반덤핑 상계 관세 등을 부담하고 있어 25%가 추가되면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25% 관세 부과 국가에 포함…조정 여지는 남아

한국은 일단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국가에 포함됐다. 다만 아직 협상을 통해 조정 여지는 남았다. 미국 정부는 우려를 해소할 대안을 제시할 경우 관세 경감 또는 제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일단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경감 또는 면제를 위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 측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이 이번 관세 부과에서 제외 되기 위해서는 중국산 철강의 환적 문제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만 여기서는 한미간 시각차가 존재한다. 우리 정부는 한국 철강업체들의 수출물량 가운데 중국산 철강이 사용된 비중은 2.4% 수준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무부 보고서에서 제시안 가운데 일부 국가 관세 부과시 지명된 12개 국가는 중국 철강 수입 상위국가라며 ​미국은 더 포괄적인 시각을 갖고 있고 수출 비중이 아니라 중국에서 수입이 많다는 점도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주요국과의 공조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의 과도한 보호무역조치로 무역전쟁이 우려되는 만큼 WTO 통상장관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등 다자협의체에서도 공조 방안을 적극 논의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한국은 제외돼야 한다고 이미 충분히 이야기 했고 앞으로 USTR과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며 ​추가협의와 병행해서 주요국과 공조를 통한 대응을 위해 이미 유럽연합(EU) 측과 접촉했고 향후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악의 상황 현실화…품목별 제외에 기대

철강업계는 예상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됐다는 반응 속에서 일단 해볼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본다는 분위기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잠정 제외국으로 분류되긴 했지만 이 역시 잠정적인 것이고, 향후 NAFTA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 부과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한국 정부가 협상에서 관세 부과 제외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품목별 제외 여지가 남은 점도 위안이다. 미국 정부는 미국 현지 업체의 요청이 들어올 경우 검토한 뒤, 결과에 따라 품목별로 관세 부과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품목별 제외는 USTR이 아닌 미국 상무부가 담당한다. 정부 차원의 협상과는 협상 창구가 다르다. 또 미국 현지기업이 청원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국 철강업계에서 현지 업체와 함께 준비가 필요하다.  

이번 관세 부과로 한국산 철강이 필요한 미국 현지 업체는 가격 경쟁에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이 경우 제조업체 경쟁력 축소로 특정 지역 고용에 문제가 생기고 지역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산 철강을 수입하는 미국 업체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등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한 업체가 여기에 해당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대차 등 현지에 공장을 설립한 업체들은 25% 관세가 부과되면 원가 부담이 커져 다른 업체와 경쟁이 어렵다​며 ​지역경제나 일자리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공장이 위치한 지역의 주정부와 현지 정치인 등이 (품목별 제외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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