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정리 못했으나 공소사실은 사실과 달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지난해 12월 13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 서울 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변호인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은 사실과 다르거나, 법적 평가를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 전 수석이) 본인의 주변을 정리하지 못한 불찰, 자신의 일탈행위를 잘 다스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구체적 입장은 앞으로 기일을 진행하면서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를 비롯해 다른 피고인 측은 검찰 수사기록, 증거목록 등에 대한 검토가 다 이뤄지지 못했다며 공소사실 입장 표명을 다음 기일로 미뤘다.

재판부는 내달 13일과 27일 두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전 전 수석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이자 협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던 2013년 10월부터 2016년 5월까지 롯데홈쇼핑(3억원)·GS홈쇼핑(1억5000만원)·KT(1억원) 등으로부터 5억5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방송재승인 관련 문제제기를 중단해달라는 청탁이, GS홈쇼핑은 대표이사 국정감사 증인신청을 철회해 달라는 등의 청탁이 있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KT역시 불리한 의정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건넸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에서 5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직접 받고, 가족과 680만원 상당의 롯데그룹 계열 제주도 리조트에서 680만원 상당의 공짜 숙박과 식사를 제공받은 혐의도 받는다.

또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를 압박해 협회에 약 20억원의 예산이 배정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2014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때 e스포츠 방송 업체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아울러 2014년 11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자신과 아내의 해외출장비, 의원실 직원 허위 급여 등 명목으로 협회 자금 1억5000만원 상당을 횡령(업무상횡령)하는 등 사실상 협회를 사유화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를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했지만, GS홈쇼핑과 KT의 측은 피해자로 판단해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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