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유연근무제 확대 제안…중기 경쟁력 약화 우려 목소리도 커

근로시간 단축 활성화 방안으로 ‘유연근무제’가 떠오르는 가운데, 직장인들과 기업 경영진들은 서로 다른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워라밸 생활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지난달 28일 국회가 근로시간 단축안을 통과시키면서 오는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단계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근로시간 단축 활성화 방안으로 ‘유연근무제’가 떠오르고 있지만, 직장인들과 기업 경영진들은 서로 다른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자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이나 형태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시차출근제, 선택근무제, 재량근무제, 원격근무제, 재택근무제 등이 유연근무제에 해당된다.

유연근무제는 직장인들의 업무 효율성 및 업무 만족도를 증가시키고 원거리 출근, 추가 근무 등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 직장인들은 유연근무제를 환영하고 있지만, 기업 경영진들은 기업 특성에 따라 도입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장인 8년차 송아무개씨(35)는 “회사에 유연근무제가 도입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하고 있다”며 “아이들 때문에 일을 계속 해도 되는지 늘 고민해 왔는데 유연근무제로 아이들도 챙기고 업무도 병행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아무개씨(26)는 “회사에서 점심과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고 있다”며 “저녁 시간엔 자유롭게 취미생활이나 따로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울 수 있게 돼 하루가 즐겁다”고 전했다.

80여 명의 직원을 둔 국내 한 SNS마케팅 대표는 “유연근무제는 직장인들이 꿈꾸는 워라밸을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기업 특성 상 성과를 제때 내지 못하면 난감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유연근무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입장을 보였다.

특히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유연근무제 도입은 비정규직 확대와 일자리 질 저하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했다. 지난달 잡코리아 통계에 따르면, 공기업 31%, 대기업 24%, 중소기업 13% 순으로 중소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율이 가장 낮았다.

서울에 위치한 중소기업 임원은 “워라밸을 실현시키면 모두가 편하겠지만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 없이 퇴근시간만 강조한다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며 “일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에게는 생산성면에서 유연근무제 도입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패션업계 직원은 “직원마다 근무시간이 다르면 업무에 영향이 끼칠 수 있다”며 “또 일부 직원들이 의도적으로 근무시간을 줄이는 등 악용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유연근무제를 기업에 확대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국내 근로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에게 유연근무제 관련 안내문을 배포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유연근무제는 국내 근로문화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제도”라며 “근로자들은 일과 생활 균형을 맞추고 즐겁게 일할 수 있고, 기업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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