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경영개입 갈수록 강화…비정상적 관치의 위험 인식을

동상이몽. 금융당국과 금융권을 바라보면 이 단어가 떠오른다. 지배구조 개선, 채용비리 논란, 가계대출 관리 등 복잡한 사안들이 은행권을 연일 강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참에 은행을 확실히 관리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고, 은행은 관치가 과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의 말이 기억난다. "은행을 도둑질하는 집단으로만 매도하는 것 같다." 은행이 서민들의 돈으로 자기들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은행의 수익이 떨어지면 '경영실패'라는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게 은행의 숙명이다. 어찌하든 욕먹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최근 벌어진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도 마찬가지다. 은행 입장에선 법과 규정에 따라 지배구조를 형성했다고 한다.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최고경영자 1인 지배경영이 문제라면 이것도 당국이 만들어준 틀 안에서 가능했다. 지금에 와선 은행만이 은행을 사유화한 독재자를 만들어낸 양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채용비리는 복잡하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와 관련된 은행 관계자의 처벌은 명백해진다. 사실 은행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채용비리는 배경과 연줄로 이뤄진 범죄다. 청탁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청탁을 받은 기관도 존재한다.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은 청탁받은 은행만 비난받는 분위기다.

한 금융 전문가는 "은행은 (정부나 당국 등) 위에서 찍어 내리면 힘을 못 쓴다"고 설명했다. 결국 은행권을 당국과 정치권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놔야 채용비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은행만 때려잡는다고 다시 채용비리가 터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비정상적 관치가 존재하는 한 채용비리는 또 터진다. 환경을 바꾸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가계대출 관리도 은행 자율성을 침해하는 쪽이면 곤란하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제만을 제시하고 세부적인 사안에선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 최근엔 당국의 권고만으로도 은행이 대출 가산금리를 올렸다 이를 일부 재조정한 사례가 있었다. 이로 인해 다른 은행에선 올해 상반기 중으로 가산금리를 건드릴 수조차 없게 됐다는 불만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역할은 금융의 발전과 금융권 리스크 관리 감독에 있다. 이는 금융권의 자율성을 무시한 상태에서 말하는 역할론이 아니다. 지배구조 개선과 채용비리 해결, 가계대출 대책도 금융 자율성에 근간을 두지 않으면 다른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당국이 자율성 가치를 지키면서 금융권 개선에 나서야 금융회사도 당국의 호흡에 맞춰 따라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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