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세이프가드 조치 20개월 만에 철회, 트럼프와 명분·지지층 유사해…이번 관세 압박도 일시적 관측 무게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관세 부과에 주요국들의 반발이 높아지면서 과거 부시 행정부 시기 세이프가드 조치와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뉴스1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관세 부과에 주요국들의 반발이 높아지면서 과거 부시 행정부 당시 세이프가드 조치와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철강 관세 역시 장기간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6일 철강업계와 미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수입되는 철강 제품에 대해 일괄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주 중으로 행정명령에 최종 서명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특정국가만 제외할 가능성은 없다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발 통상압력 강화에 유럽연합과 중국 등 주요국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 업체들이 미국에서 높은 관세를 부과받을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언급도 내놨다.

중국의 반발은 미국이 고율의 관세 부과를 통해 무역전쟁에 들어갈 경우 피해국들이 연대해 대응한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중국 철강 업체들의 미국 수출 비중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단독 대응으로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중국 철강 업계에서는 난해 중국의 대미 철강수출은 118만톤 수준으로 전체 수출 물량 가운데 1.6% 수준으로 집계하고 있다.

웨이젠궈(魏建國) 전 상무부 부부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번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다른 피해국들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정성을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국 일제 반발…보복 조치 예견

유럽연합(EU) 역시 반발하고 있다. 이번 관세 부과가 수입 제품으로 인해 미국 안보에 영향이 있을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다. 전통적으로 우방으로 분류되는 유럽연합에도 관세를 부과할 경우 명백한 무역장벽이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 내에서는 청바지와 오토바이 등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언급도 나왔다. 

주요국들의 반발이 거세진 가운데 미국 내부에서도 안보를 빌미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미국 산업 역시 피해를 입을 것이란 지적이 늘고 있다. 과거 부시 행정부 집권 시기에 진행된 세이프가드 조치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2002년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미국 철강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를 통해 이익을 볼 철강업체 밀집 지역인 러스트벨트에 주요 지지층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그대로다.

결과적으로 부시 전 대통령의 세이프가드 조치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시 전 대통령은 당초 계획으로 내 걸었던 기간인 3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이듬해인 2003년말 해당 조치를 철회했다. 공식적으로 미국 철강산업이 더이상 보호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살아났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해외 반발과 보복 관세 등으로 자국 경제에 피해가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시 행정부 세이프가드 조치, 20개월 만에 철회

2002년 세이프가드 조치 발동 시기에도 유럽연합은 미국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WTO 역시 협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미국 내에서도 보복 관세로 타격을 입은 농업과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의 근로자들의 반발이 나왔다. 

15년가량 시간이 흘렀지만 이번 관세 부과에 대한 미국내 반응 역시 비슷한 경로로 움직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포브스, 타임, 마켓와치 등 미국 현지 언론들 대다수가 이번 관세 부과로 주요국들의 보복 조치가 진행될 경우 미국 경제가 입을 타격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언급이 나온 직후 사설을 통해 “관세 부과와 관련해 해외 주요국 지도자들이 일제히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관세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철강 관세가 현실화 될 경우 미국 철강산업을 제외한 에너지, 기계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타격이 예상된다. 더구나 관세 부과로 철강 제품 가격이 상승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공격적인 인프라투자 역시 어려워질 전망이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했지만 철강 가격 상승으로 20개월 만에 이를 철회한 바 있다”며 “이번 보호 무역조치도 미국 업체들은 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 철강업체들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보존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