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안 해 법적공방 예고…수사 결과 따라 폭행·협박 밝혀지면 강간죄 적용도 가능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해 12월 18일 충남도청에서 송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수행비서 성폭행으로 정치 중단을 선언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향후 법률적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형법상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을 넘어 조사 결과에 따라 강간죄로 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6일 안 지사의 성폭행 혐의 사건을 충남지방경찰청이 인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는 충남경찰청 2부장(경무관)이 직접 관여하는 체제로 진행된다.

안 지사는 최근 8개월 동안 수행비서로 활동한 김지은씨(現정무비서)를 총 4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과 9월 스위스 출장 등 대부분 공식 출장 기간에 성폭행이 벌어졌고,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난 뒤인 지난달 25일에도 추가 성폭행이 있었다 게 김씨의 주장이다.

안 지사는 공식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라며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자백’ 수준은 아니어서 추후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 지사의 범죄는 형법 제303조(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 이 조항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범행의 상습성이 인정되면 형량이 1.5배 가중될 수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진형혜 사무총장은 “안 지사는 국민적 신뢰를 받고 인망이 두터웠던 인물이라는 점, 피해자와의 절대적 신뢰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가중돼 형이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징역 3년 이상의 중형에 처할 수 있는 형법 297조(강간)까지 거론된다.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성립된다.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폭행은 유형적인 손지검을 넘어 정신적 폭행까지 넓게 인정된다. 협박 역시 폭로로 인해 위험이 따를 것이라고 고지한 사실 만으로도 인정된다. 4차례 성폭행 과정에 안 지사가 김씨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판단이다.

사단법인 대한법학교수회 백원기 회장(국립인천대 교수)은 “신변에 대한 불안을 토로한 김씨의 인터뷰 내용상 위계에 의한 간음 넘어서 폭행과 협박이 있었을 가능성 크다고 본다”면서 “폭행과 협박이 입증된다면 강간죄가 성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증언도 있다”면서 “상습범으로 인정되면 형량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백 회장은 나아가 정치인 수행비서 등 비서관들을 상대로 성폭행·성추행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상하관계가 뚜렷한 정치권에서 알려지지 않은 피해 사례들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면서 “피해자들은 김지은씨 사례를 계기로 피해사실을 알리고 상처를 치료받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민사적 책임도 져야 한다. 김지은씨는 안 지사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의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안 지사의 배우자 역시 배우자의 부정으로 인한 이혼 청구 및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다. 다만 2015년 간통죄 폐지로 형사상 책임은 물을 수 없다.

한편 김지은씨의 변호인단은 안 지사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이 조항은 형법상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를 보충한 규정이다. 변호인단 측은 특별법이 양형 등에서 형법보다 우선 적용된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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