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손끝에 정성을 들여 고이 접는다. 평소 익숙하지만 새로운 세계, 종이의 매력을 담아

 

취재협조 대림미술관, 뮤지엄 산
 
대림미술관 ‘익숙한 풍경에 숨은 놀라움’ / 사진=리빙센스

 

 

 

마음을 달래는 아날로그 종이의 마법

 

토라푸 아키텍츠 ‘Airvase’.<br>​​​​​​​<br>
토라푸 아키텍츠 ‘Airvase’.

종이는 손에 무언가를 쥐기 시작하는 유아기부터 누구에게나 익숙한 일상 소재다. 연필이나 펜을 쥐고 있으면 본능적으로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채색을 하는데, 조금 더 자라면 반으로 고이 접어 가위로 자르기도 한다. 그렇게 데칼코마니처럼 접은 면을 펼치다 보면, 가끔은 상상치도 못한 문양이나 대칭을 발견하게 된다. 손끝으로 익히는 새로운 세계 같다. 종이는 인류가 기록한 역사의 탄생과 맥을 같이하기도 한다. 

 

토드 분체 ‘Midsummer Light’.
토드 분체 ‘Midsummer Light’.

역사는 곧 종이와 함께 시작됐다는 이야기는, 특별한 기록을 남기기 어려웠던 환경에서(다른 재료들로 기록을 남길 수 있었으나 영구 보존이나 효율성은 종이에 비할 바가 아니었던 듯) 요긴하게 쓰였던 ‘도큐멘트(document)’로서의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현재까지 우리가 아는 역사 속 사실은 거의 다 이 기록물에 의해 보존되어 전해온 것들. 오랜 기간 우리에게 문방사우의 하나로 익숙한 소재지만, 아티스트에게는 종이의 매력적인 물성이 새로운 창작 도구가 되기도 한다. 

 

특히나 흔하디흔한 재료로 완성되기에 이 익숙하게 ‘낯선’ 즐거움이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종이를 접고 채색하는 행위는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당장 이 신비로운 매력에 빠져들기를 권한다. 손에 꼭 쥔 모바일 기기보다 종이를 손에 쥐며 잠시 잠깐 집중하는 시간. 어수선한 마음을 고이 접을 수도 있고, 혹은 구멍을 뚫어 새로운 시야를 가질 기회를 열어줄지도 모를 일이다.​

 

EXHIBITION INFO

1 대림미술관에서 종이의 무한 가능성을 담은 <Paper, Present : 너를 위한 선물>展이 오는 5월 27일까지 열린다. 샹들리에, 스툴, 벽걸이 오브제 등 종이가 만드는 새로운 매력을 건축가 그룹 토라푸 아키텍츠, 디자이너 줄 와이벨, 스튜디오 욥, 토드 분체가 전한다.

2 종이가 형태가 되는 새로운 조형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종이조형>展이 원주 뮤지엄 산에서 3월 4일까지 열린다. 종이의 사회적가치, 작가가 해석한 새로운 물성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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