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과징금 위법 주장 일부 수용… 法 “임원, 위반행위 일부 기간만 관여”

사진=연합뉴스


시멘트 일종인 ‘드라이몰탈’ 가격을 짬짜미해 55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성신양회가 과징금이 과도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겼다.


재판부는 담합 행위에 따른 과징금 부과가 적정하다면서도, 고위 임원의 위법행위 가담 정도가 고려되지 않았다며 과징금 전부를 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이동원 부장판사)는 최근 성신양회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납부명령취소청구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10월 성신양회와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이 2007년 3월부터 2013년 4월까지 6년간 드라이몰탈 가격과 시장점유율을 협의했다며 총 573억5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각 법인을 모두 검찰에 고발했다.

성신양회의 경우 2011년 11월까지 담합행위가 인정돼 총 55억여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55억여원은 성신양회가 담합 기간 판매가격 합의로 올린 매출 등을 근거로 산정됐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성신양회는 담합 기간 수도·중부·강원권에서 판매가격과 시장점유율을 합의하는 방법으로 약 15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공정위는 “이 사건 공동행위는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등을 고려할 때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나 합의된 가격이나 시장점유율이 완벽하게 준수되지 않은 기간도 존재한다”면서 7%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하고 11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과징금 결정 시기 성신양회가 적자라는 이유로 현실적 부담능력 감경률(50%)을 적용해 과징금을 55억여원으로 감경해 결정했다.

이번 행정소송의 쟁점은 부과기준율 7%의 적정 여부, 조정과징금 산정의 위법 여부 등 총 두 가지였다.

성신양회 측은 재판과정에서 이 사건 담합행위가 2004년부터 시작된 공급과잉으로 업계의 과도한 출혈경쟁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었고 폭리를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당초 의도한 수익개선 효과도 없어 드라이몰탈 사업을 포기·매각했다며 7%의 높은 부과기준율을 적용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한 위반행위의 중대성 정도는 위반행위로 발생한 경쟁질서의 저해 정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파급효과, 관련 소비자 및 사업자의 피해 정도, 부당이득의 취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 사건 공동행위의 중대성의 정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7%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 것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성신양회 고위 임원이 담합에 관여한 시점을 간과해 10%의 최대한도의 가중치를 적용,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며 이를 다시 산정하라고 판결했다. 3사의 고위임원들은 2009년 5월 8일, 2010년 5월 1일 합의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위반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원고의 임원이 위반행위의 일부 기간에만 관여했는데도 (공정위는) 이 사건 공동행위 전체기간을 기준으로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고 임원가중치의 최대한도인 10% 비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했다”면서 “이 사건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공정위는 과징금을 다시 산정해 성신양회 측에 통보하게 된다.

한편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윤성원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46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한일시멘트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유사소송에서 과징금을 재산정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한일시멘트 측의 2순위 자진 신고자 감면신청, 부과기준율 7%의 부적정 주장을 모두 배척하면서도 “한일시멘트의 임원이 직접 관여했다고 볼 수 있는 기간이 6년 중 2년에 불과한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과징금을 모두 취소했다.

한편, 드라이몰탈은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서 물로 반죽하는 건축자재로 주로 아파트 등 주택 바닥·벽체 미장 재료로 쓰인다. 국내 드라이몰탈 시장은 시기별로 2~4개 사업자가 경쟁해 오고 있는데 2007년~2011년 성신양회,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의 시장점유율은 54.8~81.8%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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