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만 인정돼도 ‘9년 이상’ 중형…가중요소 적용시 무기징역도 가능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을 찾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전달받은 평창 동계올림픽 초청장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관여된 것으로 의심되는 뇌물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뇌물수수 범죄는 5억원 이상만 인정되더라도 9년 이상의 중형에 처해진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확인 중인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은 100억원에 달한다.

먼저 ‘주범’으로 지목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사건은 현재까지 확인된 금액만 17억5000만원이다.

검찰은 지난 5일 ‘MB 집사’로 통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면서 그의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김 전 기획관이 자금을 수령했다’고 적시했다.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각각 2억원씩 총 4억원의 특활비를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를 받는다.

검찰은 이외에 MB정부 청와대의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5000만원),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1억여원),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10억원), 박재완 전 정무수석(2억원) 등이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건네받는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네졌을 것으로 보고 자금의 구체적인 용처를 파악 중이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지목된 다스에 대한 삼성의 뇌물 의심액도 60억원대로 늘었다.

검찰은 2009년 1월 삼성이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 40억원을 대납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에 앞선 2007년 8월에도 20억원을 대납한 사실을 추가로 파악했다.

검찰이 다스의 실소유주로 이 전 대통령을 지목한 만큼 60억원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뇌물 혐의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검찰은 다스 전·현직 관계자의 진술과 다스 회계장부 등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08년 MB정권 초기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이 전 대통령 형 이상득 전 의원에게 22억5000만원가량을 건넨 정황도 파악해 돈의 성격과 이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팔성 전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핵심 증거인 비망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망록에는 이상주 전무에게 14억5000만원(2008년 3월~2011년 2월),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8억원(2007년 10월)이 건네진 정황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3월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 자리에 공모해 떨어졌지만 석 달 만인 2008년 6월 정부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또 약 3년 뒤인 2011년 2월 우리금융지주 최초로 회장직을 연임하는 데 성공한다. 비망록에 적시된 돈 전달 시점과 인사결과 시점이 일치하는 부분이다.

검찰은 이밖에 고속도로 휴게소 업계 1위인 대보그룹이 관급공사 수주에 편의를 봐달라며 MB 측에 수억원을 건넨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 선상에 오른 돈이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으로 인정될 경우 중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법원이 시행 중인 현행 양형 기준에 따르면, 5억원 이상의 뇌물 범죄는 법정형이 9년~12년이다. 가중 처벌시 11년 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이 전 대통령의 신분을 고려하면 ▲적극적 요구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 ▲2년 이상 장기간의 뇌물수수 ▲업무 관련성이 높은 경우 ▲3급 이상 공무원 등 가중요소가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뇌물 범죄 외에도 이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도 허다하다. ▲다스의 BBK투자금 회수 과정에 LA총영사관 등 국가기관을 동원했다는 의혹(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국정원 특활비로 18·19대 총선에 청와대가 불법 여론조사를 하는데 개입한 의혹(공직선거법 위반) ▲청와대 문건 관련 유출 등 의혹(대통령기록물관리법) 등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는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그런 사실(특활비 수수)이 없으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면서 “검찰이 허무맹랑한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것이라면, 이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한 표적수사와 짜맞추기 수사”라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도 수차례 부인했다. 1일 조사를 받고 검찰 청사를 나선 이상은 다스 회장도 취재진에게 이 전 대통령은 다스와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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