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렌즈 방향만으로 투표소 촬영시도 단정 어려워”

사진=연합뉴스


문화방송(MBC) 사측이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소를 몰래 촬영하려한 정황만으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 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카메라 렌즈가 투표소를 향한 것은 맞지만, 촬영이 이뤄졌거나 촬영을 시도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앞서 MBC본부는 2016년 3월 14일부터 5일간 서울을 포함한 전국 19개 지부에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이에 사측과 계약을 맺은 경비업체 소속 직원들은 14일 오전 11시 사옥 미디어센터 4층 옥상에서 망원렌즈가 부착된 카메라를 들고 파업 찬반투표소가 설치된 상암문화광장을 향했다.

노조 측에서 경위를 따지자 경비업체 직원들은 자리를 피했고, 이 중 1명은 ‘노조 측이 상암문화광장에 설치한 불법 시설물의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옥상에 올라간 것일 뿐이다’라는 진술서를 작성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투표소를 몰래 사진 촬영하도록 지시했고, 이는 조합원들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는 투표행위를 감시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노동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노동위는 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노조 측은 재심을 거쳐 이번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 역시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용자의 행위가 노동조합법이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이 증명해야 한다”면서 “그 존재 여부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불이익 등을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경비업체 직원들이 카메라를 투표소 방향으로 향했다는 것만으로 투표소를 사진촬영 했다거나, 경비업체 직원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사측이 투표소를 사진 촬영했다거나 이를 시도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사측이 노조의 노보 배포를 방해한 행위(2016년 3월 23일, 3월 31일, 4월 28일)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의 활동도 조합의 설립 목적에 들어맞는다면 정당한 활동으로 볼 수 있다”면서 “정당한 노조활동을 제지한 이상 그 자체로 노보 배포를 방해한 결과가 발생했고, 여러 사정에 비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도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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