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건전성 양호하고 장기투자자금 비중 높아…미국 통상압력·GM 군산공장 철수 한국 경제에 부정적”

“한·미 금리가 역전이 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외국인 증권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2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 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차 발생으로 인한 자본 유출 우려과 관련, “외환보유액이 많고 경상수지도 흑자를 보이고 있어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며 “외국인 채권자금 중에서 주체를 분류해보면 장기 투자 행태를 보이는 공공자금 비중이 높다는 점도 큰 폭의 자금 유출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 대규모 증권 자금 유출은 내외금리차보다는 국제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이 있다던가 일부 실물경제 위축에 따른 영향이다”며 “금리차만으로 자본 유출이 된 경우는 찾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만일 미국이 시장 예상대로 내달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된다면 한·미 기준금리는 역전된다. 미국 기준금리는 현행 연 1.25~1.50%로 상단이 한국과 같다.

이 총재는 미국 기준금리 정상화 속도에 대해선 “미국 금리 인상 횟수가 4회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지난해 12월 미국 연준위원들의 닷차트(점도표)가 가장 적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며 “현재로는 3회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기준금리를 연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늘 똑같은 대답이지만 미국 금리 인상과 연계해서 한국은행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통화정책 방향이라 하는 것은 그때 경기와 물가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미국 통상압력 강화, 제너럴모터스(GM)의 군산공장 폐쇄 여부 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일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군산공장 폐쇄를) 숫자로만 보면 제한적이다. 하지만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생각한다. 일부 세이프가드 발동, 강화된 무역조치도 숫자로만 놓고보면 현재로선 크진 않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사안이 심화된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GM은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갑작스런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해 정부의 지원 등을 놓고 논란이 진행 중이다. 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할 경우 근로자 대규모 실직이나 협력업체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17일에는 미국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철강재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현행 연 1.5%인 기준금리를 유지키로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이후 올해 1월에 이어 두 번째 동결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치고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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