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불편해 보급 늘리는데 한계…업계 "플라스틱 카드처럼 편하게 쓸 수 있게 개선"

23일 서울시 송파구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 전경. / 사진=윤시지 기자

카드업계가 지문 인식에 이어 홍채, 목소리, 정맥 등 생체인식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채인식기술을 통해 카드의 보안 수준은 높였지만 정작 실생활에서 쓰기에는 불편이 적지 않아 소비자 편의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체정보는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등이 필요한 기존 본인인증 시스템과 달리 정보 유출과 도용이 어려워 보안을 담보할 ㅜ수 있다는 점에서 카드업계가 이를 활용한 보안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신용카드 분실이나 도난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점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현재 지문인식부터 목소리, 홍채, 정맥 인식까지 생체인식 기술의 활용이 다양화되는 추세다.

신한카드의 온·오프라인 결제 앱 카드 ‘신한 FAN’에는 지문, 홍채 인식 시스템이 도입돼 비밀번호 없이 홍채와 지문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비씨카드는 결제 앱 ‘페이북’에 목소리 인식 기술을 도입했다. 앱을 켜고 ‘내 목소리로 결제’라는 문장을 7번 말하면 핸드폰 기기에 사용자의 목소리 정보가 암호화돼 저장된다.

하지만 이런 첨단 기능에 대해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결제 앱을 이용할 때마다 홍채나 목소리로 본인 인증하는 절차가 불편한 탓이다.

직장인 김아무개씨(남·28)는 “전철 안이나 소음이 많은 매장에선 목소리 인식이 잘 안 된다. 카페에서 줄을 서면서 앱을 켜 목소리 인식을 해본 적이 있는데 목소리 인증이 5번이나 실패 해 그냥 비밀번호를 눌렀다”며 “정보 도용이 어렵다는 점은 좋지만 구동이 잘 안 되니 사용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실물카드 없이 생체 정보로만 결제가 가능한 카드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아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5월 롯데는 정맥인식 신용카드 ‘핸드페이’를 시장에 선보이며 자사 가맹점 중심으로 단말기를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다. 정맥인식은 사람마다 다른 정맥의 혈관 굵기, 선명도 등을 패턴화해 판별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핸드페이를 사용하기 위해 기존 카드에 추가적으로 자신의 정맥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는 점에 불편을 제기하고 있다. 생체인식 결제가 기존 플라스틱 카드를 이용한 결제와 특별하게 차별되는 편의성이 없는 탓이다.

국내 최초 정맥인식 시스템이 적용된 무인편의점​인 서울시 송파구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도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다. 매장 입장부터 상품 결제는 모두 정맥인식으로 이뤄진다. 매장 앞엔 기존 롯데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정맥정보를 추가 등록하는 부스가 설치돼 있어 직원의 안내에 따라 헨드페이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부스에서 정맥 정보를 등록하는 시간은 3~4분 정도 소요된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이아무개씨(남·36)는 “처음 헨드페이를 이용했을 때 무인계산 시스템이 낯설어 직원 도움을 받아야 했다”며 “플라스틱 카드를 넣는 결제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플라스틱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면 사람들이 이런 매장을 많이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생체인식 기술을 보완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줄이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기존 플라스틱 카드와 다름없이 편하고 빠르게 사용하도록 생체인식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라향후 보안 수준이 높이 요구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생체인식 카드의 유용성이 갈수록 많이 인식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