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8개 국적사 특별점검 돌입, 실효성은 의문…“8시간 휴식 맹점 있는 항공법 바꿔야”

“떠난다고 해도 잡을 수가 없어요. 저 조차도 살인적인 스케줄을 간신히 버티는 데요. 타 항공사 승무원 혹사 행태가 언론사에 보도된 후 내부 설문조사가 실시되고 있는데, 다들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아요.

 

항공사들의 인력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조종사와 정비사 육성 시스템의 부재로 공급이 수요를 쫓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 저비용항공사(LCC)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중국 시장으로 인력이 이탈하며 인력 부족 문제는 더 심화하고 있다. 조종사와 정비사의 인력 부족은 안전문제와 직결돼있어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력 부족은 조종사와 정비사에 그치지 않는다. 업계 종사하는 승무원들은 승무원 혹사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승무원 혹사 실태는 최근 한 언론의 보도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후속 보도들이 쏟아지며 국토교통부의 특별 점검까지 이어진 상태다.

 

국토부는 지난 21일부터 국적 항공사 객실승무원 근무와 휴식에 대한 특별 점검에 돌입했다. 지난 21일 이스타항공을 시작으로 제주항공·티웨이항공(27~28), 진에어·에어서울·에어인천(35~6),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37~8)의 일정이 예정돼있다. 객실안전 분야별 항공안전감독관 4~5명이 투입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각 항공사들의 승무원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표준화된 개선방안을 도출해 피로위험관리시스템 가이드라인 구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이번 국토부가 진행하는 특별점검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항공법을 바꾸지 않는 한 근무 여건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한 LCC에 근무하는 승무원은 다른 항공사의 사례처럼 간혹 과로로 쓰러지는 승무원도 있다. 그러나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항공법상 엔진이 꺼진 시점부터 8시간의 휴식이 시작되는데, 집이 공항에서 먼 경우엔 2~3시간도 잠을 못 자고 바로 다음날 아침 브리핑에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언론이 주목하며 근무 실태 고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쉬쉬하는 분위기다.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승무원을 그만 두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 한 대형항공사에 근무하는 승무원은 처음엔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승무원을 많이 지원하지만, 왜곡된 근무 형태 탓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승무원들도 많다친한 동기가 스타트업에 도전한다고 그만뒀을 때도 차마 말릴 수가 없었다. 나조차도 불합리한 시스템을 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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