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 사장 2개월 새 3번 방한, 향후 지원안에 대한 부정적 파장 방지 포석 분석…“노력하고 있다는 언론플레이 나섰다” 비판 제기

한국GM 지원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방한한 배리 앵글 제너럴모터스(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정부 인사는 물론, 정치권 인사까지 가리지 않고 만나고 있다. 이를 놓고 지난 13일 돌연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 정부 압박에 나섰던 GM 본사가 구체적인 지원안 제시에 앞서 여론몰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배리 앵글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한국GM 철수 대책 태스트포스(TF)가 낸 면담 요청을 수용해 19일, 출국 8일 만에 다시 한국에 왔다. 앵글 사장은 지난해 말 첫 방한에서 산업은행과 정부 인사를 만난 바 있다. 지난 7일 두 번째 방한에선 한국GM 노조와 유정복 인천시장과 면담했다. 2개월 새 세 번이나 한국을 찾을 셈이다.

앵글 사장은 세 번째 방한 첫 일정으로 정치권과 면담을 진행한 후 21일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났다. 앵글 사장은 이 회장과 면담 후 곧장 22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남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앵글 사장은 백운규 장관이 부산 일정에 따른 면담 거절 의사를 비치자 부산에서 만나자는 제의까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20일 오전 국회를 방문 한국GM 대책 TF 위원장등 의원들과 면담전 전담 통역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업계에선 GM 본사가 군산공장 폐쇄라는 자구안을 하나 공개한 뒤 구체적인 지원안 제시를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앵글 사장은 정치권 면담 요청을 즉각 수용한 뒤, 산업부 장관이 아니면 차관이라도 만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앵글 사장은 이날 이인호 산업부 차관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 고형권 기재부 1차관과도 만났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GM 본사는 (공장폐쇄보다 더한) 중대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야한다고 하면서도 '포괄적 협조'를 요청했을 뿐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앵글 사장의 면담 지속 행보는 향후 지원안 제시에 따른 부정적인 파장을 줄이기 위한 포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앵글 사장이 면담 석상에서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앵글 사장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진행한 여야 지도부 면담에서 불편한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하고 가능한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했다. 앵글 사장과 면담을 진행한 정치권 관계자는 “가능한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하고 둥글게 답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배리 앵글 사장이 이동걸 산은 회장과 만나 ‘한국GM 실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확약서를 체결을 정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는 설명이지만, 실사 관련 내용은 이미 20일 진행한 정치권 면담에서 모두 나온 내용이다. 앞서 배리 앵글 사장은 국회에서 “제3자 실사에 동의했고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선 정부가 GM에 끌려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앵글 사장이 한국에 오자마자 국회를 찾은 것은 한국GM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의도일 뿐 다른 것은 없다”면서 “잇따른 면담으로 GM의 노력을 내비친 후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GM 본사 움직임에 관계없이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당장 어려움을 넘기는 응급처치가 아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 원칙에 따라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부총리는 ​이날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이 한국GM의 회생방안 마련을 위해 GM 측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원칙을 제시한 결과, GM측에서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했다​면서 ​정부의 입장을 정하기 위해서는 실사가 전제돼야 하며, 실사 없이 결정 내리는 자체가 근거가 약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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