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율 두고 공사·업계 평행선… 업계 “객단가, 위치 등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와의 임대료 협상에서 백기를 들며 제1터미널 3개 사업장을 철수키로 한 데 더해, 1터미널에 입점한 다른 면세점들의 도미노 철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제2터미널이 지난달 개장으로 인한 여객 감소를 반영해 1터미널 사업자와 공사 간 임대료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양측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이로써 면세점 업계 1, 2,3위가 모두 1터미널서 사라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터미널 개장 전부터 수차례 진행돼온 공사-면세점 사업자 간 1터미널 임대료 조정 합의가 2터미널 개장 1달을 넘긴 현재까지도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공사가 내놓은 임대료 할인율이 업계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공사는 2터미널 개항으로 이용객이 줄어든 1터미널 면세점 사업자에게 일괄적으로 임대료를 29.7%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라·신세계면세점 등 사업자들은 공사의 임대료 할인 기준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공사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공사가 임대료 인하율을 정한 기준은 바로 고객수다. 2터미널 개장 이전부터 2터미널 개장으로 인한 1터미널 여객은 약 27%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 이후 한 달(1월 18일~2월 17일) 동안 인천공항을 이용한 전체 여객은 총 600만9412명으로, 이 중 27%인 총 162만명이 2터미널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1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162만명의 잠재 고객을 빼앗기고만 것이다. 공사는 이 같은 사업자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고객수 감소율을 감안해 29.7%라는 통합 인하율을 책정했다. 공사 관계자는 “2015년도에 3기 사업자 계약시 2여객터미널 개장에 따른 임대료 조정에 대해 여객이전비율 기준 등으로 할인하겠다고 계약 당사자 간 합의해서 계약했다. 그 기준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매장 위치, 객단가(고객 1인당의 평균 구매액 )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고객수를 기준으로 인하율을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등 국적기 이용객의 구매력이 저비용 항공사(LCC) 이용객보다 높다고 본다. 쉽게 말해, 대한항공 이용객이 LCC 이용객보다 면세점에서 더 많은 돈을 쓴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에서 제품을 구입할 때 항공편을 다 입력해야 한다. 이 때문에 면세점들은 내부적으로 항공사별 객단가를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1터미널 동편에 있던 대한항공이 2터미널로 옮겨감에따라, 아시아나항공이 1터미널 서편서 동편으로 옮겨가게 됐다. 국적 항공사가 떠난 서편에서 사업 중인 신라와 신세계의 경우, 객단가가 떨어져 매출 하락 우려가 더욱 커졌다. 사업장 구역 별로 임대료 인하율이 차등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줄어드는 여객수도 중요하지만 항공사별 객단가도 다르고, 위치가 변동되면서 매출 역시 차이가 나게 됐다. 이 모든 부분을 종합적으로 봐줬으면 한다”면서 “계속 협의를 이어나가겠지만, 계속해서 관철이 안 된다면 고민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공사측은 객단가가 임대료 조정 기준에 있어 신뢰도가 낮다고 보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업계 입장은 이해를 하고 있지만, 객단가에 대해서 명쾌하게 나와있는 수치나 자료가 없다. 임대료는 수백억이 조정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섣불리 객단가를 임대료 조정의 기준으로 세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1터미널 면세점 사업자가 고객을 빼앗긴 상황인 만큼 최대한 빨리 합의를 보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어 “2터미널이 얼마전 오픈했으니 조속히 합의해야겠다는 입장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