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도입으로 특정인 개입 방지…전문가들 “맹신은 금물”

네이버가 대대적인 댓글서비스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그 변화 내용에 네티즌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네이버가 대대적인 댓글서비스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그 변화 내용에 네티즌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개편안에는 시스템 운영 전반에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안과 기존 댓글 서비스의 일부 기능을 제한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1일 ‘커넥트 2018’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 댓글 서비스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언급했다. 한 대표는 뉴스 내용과는 관련없이 ‘이슈 토론장’으로 변해버린 댓글 서비스를 언급하며 “구체적인 개편 방안은 고민이 필요하지만 현재 여러 가지 방식을 고려중이다”고 전했다.

최근 불거진 네이버 ‘댓글 조작’의혹이 이같은 움직임의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 댓글 중 일부가 비정상적인 높은 추천수로 일찌감치 상위 노출되는 현상이 지적되며 조작 의혹이 증폭됐다.

지난달 청와대 홈페이지엔 ‘네이버에 대한 수사 요구’ 국민 청원이 등록되며 21만여명이 넘는 참여가 이뤄지기도 했다. 청원자는 “특정 댓글의 추천수를 빠르게 올리는 매크로 등 프로그램의 사용이 추정된다”며 “네이버 내부의 도움도 의심된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청원은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지난달 청와대 홈페이지엔 ‘네이버에 대한 수사 요구’ 국민 청원이 등록되며 21만여명이 넘는 참여가 이뤄졌다. /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화면 캡처

◇ 운영 전반에 ‘인공지능 알고리즘’ 도입

이에 네이버가 기존 댓글 서비스를 어떤 방향으로 개편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먼저 뉴스 편집과 댓글 서비스 시스템에 전면적인 ‘인공지능 알고리즘’도입이 유력한 개편안 중 하나로 꼽힌다. 뉴스 추천과 인기 댓글 순위 선정 등을 철저히 알고리즘에 맡긴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람이 개입할 여지를 줄여 ‘조작 의혹’ 역시 벗어나겠다는 취지다. 한 대표도 지난 간담회에서 “댓글을 포함한 뉴스 편집 등을 모두 알고리즘으로 풀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댓글 서비스에 알고리즘이 적용되는 방안의 예시로는, 동일한 인기 댓글이 일괄적으로 모든 사용자에게 노출되던 기존 시스템에서 사용자 데이터에 따른 상이한 댓글이 각 사용자에게 보이도록 바뀌는 것을 들 수 있다. 사용자의 위치정보, 검색기록 등에 따라 개인 맞춤형 댓글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알고리즘에 대한 맹신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권상희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알고리즘 역시 사람이 만드는 것”라며 “알고리즘이 완벽하게 공정하다고 주장하거나 믿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황에 따라 더 큰 편향성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교수는 또 네이버가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글은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있다”며 “알고리즘은 미리 짜여진 공식에 따라 특정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노출되는 뉴스나 댓글이 어떤 기준과 방식에 의해 선정된 것인지를 사용자들도 알아야 할 것”라고 강조했다.

◇ 댓글 기능 일부 제한

최근 해외 언론사들은 댓글 서비스 운영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보단 적정선의 제한을 두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에 따르면 언론사의 60%가 최근 3년간 댓글 관리 방식을 바꿨다. 이들 언론사는 댓글 관리를 강화하고, 제한된 주제와 기사 일부에만 댓글을 허용하는 등의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요 해외 포털중 적지 않은 수가 댓글 가능 여부를 전적으로 언론사 재량에 맡기고 있다. 구글은 뉴스 링크를 누르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아웃 링크’제도를 적용하고 있어, 댓글 역시 해당 언론사 방식에 따른다. 바이두(baidu.com), 얀덱스(yandex.ru), 빙(bing.com)등이 구글과 동일한 방식으로 댓글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네이버처럼 자체 뉴스페이지를 운영하는 해외 포털들도 있다. 야후(yahoo.com), 큐큐(qq.com), MSN(msn.com) 등이 자체적으로 뉴스 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예들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네이버와 동일한 댓글 정책을 가지고 있진 않다. 네이버에선 댓글 작성은 물론 댓글에 대한 ‘좋아요, 싫어요’를 누를 수 있다. 게다가 ‘훈훈해요·슬퍼요·​화나요’ 등 의사 표현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대다수의 포털들은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정도만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MSN은 자체 뉴스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댓글 작성은 불가능하다. 


이에 네이버가 타 포털들의 추세에 따라, 기존 높은 자유도를 가진 댓글 기능에 어느정도 제한을 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권 교수는 “감정 표현등을 가능케한 기능들이 결코 좋은것만은 아니다”며 “얼핏 다양한 표현을 할수 있는게 좋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네이버에서 해당 기능으로 얻어진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권 교수는 포털의 공정성을 위해 사용자들의 꾸준한 요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존 전달자가 의도한 대로 편향이 이뤄지는 방식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용자위원회, 권익위원회, 중립위원회, 평가위원회 등 다양한 기구를 만들어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뉴스1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