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독교 대표 목회자…美대통령의 영적 조언자

1986년 파리 집회에서 설교하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 /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목회자이자 세계적인 부흥전도사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21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0.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이날 지난 몇 년간 전립선 암, 파킨슨 병 등으로 투병생활을 해온 그레이엄 목사의 타계 소식을 전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미국 기독교 복음주의 신학의 거목으로 꼽힌다. 성경의 권위를 강조하며 오직 예수를 통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18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난 그레이엄 목사는 1940년 플로리다 성서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1943년 웨스턴스프링스 제일침례교회 목사로 시무하면서 목회자의 길에 들어섰다.

 

1949년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부흥집회를 통해 미국 전역에 알려진 그레이엄 목사는 1954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대규모 전도집회를 성황리에 치르면서 세계적인 부흥전도사가 됐다. 이후 대규모 군중 집회와 TV와 라디오 등 대중매체를 통해 수많은 설교를 남겼다. 그의 설교를 들은 청중은 22억여명에 달한다.

왼쪽부터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빌리 그레이엄 목사,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지미 카터 전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그레이엄 목사는 반 공산주의자였지만 북한에는 애정어린 관심을 가져왔다. 1992년 외국 종교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났다. 당시 그는 자신을 십자군에 비유하면서 기독교를 탄압하는 북한에 복음이 전파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1994년 북핵 위기가 고조됐을 때 다시 한번 방북해 김일성이 국제사회의 핵 사찰을 수용하도록 설득했다.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212월 부산에서 설교집회를 열고 좌절에 빠진 피난민들을 위로했다. 19568만여명을 대상으로 서울운동장에서 집회를 열었고 19735월엔 전국 순회 집회를 열어 연인원 334만명을 대상으로 설교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레이엄 목사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들에게 중요한 정신적 멘토로 활약했다. 2005년 목회 활동을 공식 은퇴한 그레이엄 목사는 201395세 생일 이후엔 주로 자택에서 요양하며 지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