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원가 기준 덕 법망 피해, 개정 직면해 문제 해소해야…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없으면 하반기 공정위 나설 것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노성윤 PD

(⑨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인터뷰에 이어)

이 부회장이 스스로의 경영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건 M&A밖에 없지 않을까?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삼성은 이를 ‘바이오’라고 봤고, 조금은 성과를 낼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이에 대해 그 누구도 ‘이재용 부회장이 했다’고 보지 않는다. 이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주도적으로 새 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자동차’였다. 하만(Harman) 인수도 그 일환이다. IoT(사물인터넷)가 상용화되면 모든 장치에 센서가 달리는데, 이게 결국 반도체 아닌가. 삼성도 미래 반도체의 집약적인 결과물을 자동차로 보는 것이다. 만약 이 부회장이 구속되지 않았더라면 현대차와 라이벌 관계로 새 자동차산업을 누가 이끌 것인가라는 이슈를 여러 개 터뜨렸을 텐데 그런 기회를 놓쳤다.

액면분할로 삼성전자 주가가 높아지면 삼성물산 지분이 더 많은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상황 아닐까? 지주사 전환을 밀고 나가기 어려워졌는데?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삼성생명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현행법상 그게 어렵다. 이 때문에 삼성은 지주회사 형태처럼 지분구조를 가져가는 것이다. 맨 위에 삼성생명, 삼성물산 그 밑에 삼성전자와 삼성그룹 내 전자계열사, 또 삼성물산 옆에 非전자 금융계열사 등의 체계다. 삼성 입장에서는 굳이 법률상 지주회사를 만들 이유가 없다. 그렇게 되면 관련법에 의해 행위 제한이 많이 생긴다. 승계 편의를 위해 모양만 지주회사 형태로 가져가는 것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그 모양은 대부분 만들어졌다.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이 부회장에게 힘이 쏠렸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그룹을 나눠 쪼갤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으로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한 사회적 논란, 이걸 어떻게 풀 것인가가 삼성의 가장 큰 숙제다. 삼성생명이 자산을 운용하며 계열사에 일정정도 투자 할 수 있다. 그런데 투자가 과도하다. 현재 자산운용 비율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주식을 매입할 당시 가격)로 하고 있다. 시가로 평가하면 자산운용비율이 크게 올라가니 삼성으로서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현재 여당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시장 가격 기준으로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사실 ‘삼성문제’는 대부분 금융 이슈다. 최근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 논란이 있지 않았나. 과거 금융실명제법에 따르면 ‘허명’은 불가하지만 ‘차명’, 그러니까 다른 사람 이름 가져다 쓴 건 가능했다. 2015년에 금융실명제법이 강화됐다. 그런데 법제처가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엊그제서야 유권해석을 바꿨다. 또 (당국이)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삼성으로서도 (일련의 상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위상을 강화하는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떻게 전망하나?

외부 인사들을 많이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간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에서 ‘딴지’를 걸어줄 사람이 없었다. 삼성도 이를 뼈저리게 느꼈을 테고,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수용할 것으로 본다. 현재 삼성그룹에 외국인 투자자가 많다. ‘엘리엇’처럼 또 다른 투자자가 나타나 (삼성을) 흔들 수 있다. 그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


주총에서 이 부회장에게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라는 요구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앞으로 재판이 불확실하고 부재 가능성이 있으니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라고 할 것이다. 아마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 사임은) 자발적으로 하지 않을까. 무언가 시장에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사인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김률희 PD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비롯해 ‘적극적 주주환원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적극 표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대규모 설비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이 끝났다. 그 외에 새 투자거리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 잉여자금을 쓸 곳이 없다. 그래서 외국인 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이 ‘왜 현금을 쌓아놓고만 있느냐’고 계속 문제제기를 하는 거다. 삼성전자가 시장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주주이익 환원에 대한 노력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2016년 8월 강력한 상법 개정안을 냈었다. 승계과정서 불법과 편법을 막을 상법이 필요하다고 계속 주장해왔는데?

경영진이나 최대주주로부터 독립된 이사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사회와 경영진이 동위일체로 운영된다. 자기가 자기를 감독하는 셈이다. 그건 성인군자만 가능한 일이다. 이사회 구성과정에는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일반 개미 투자자들이 이를 할 수는 없고 결국 기관들이 해야 한다. 기관투자자들이 주주로서 자기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게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다. 이를 시행하면 기관들이 목소리를 낼 거고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구성돼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주의결권 확대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직접 제시했다. 또 ‘김상조 공정위’도 있다.


재벌들에게 시간을 많이 줬다. 국회에서 보면, 재벌개혁은 전적으로 김상조 위원장에게 맡겨놓고 청와대는 믿고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기업의 자발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보는 편이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은 기존 순환출자도 강제 해소시키자고 했다. 김 위원장이 캠프에 합류한 후 ‘그건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방법론에 대한 이견들이 (정부‧여당 내에서)계속 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까지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더 기다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공정위가 법 개정이 아니어도 집행력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나서리라 본다.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 즉 계열사 이익을 자신의 회사로 가져오는 행위를 막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기업들의 하도급 문제, 흔히 말하는 ‘갑을문제’다.

*실제 김위원장은 주요 대기업이 3월 주총 때까지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할 경우 올해 하반기 강한 제재와 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두 가지를 공정위가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물들이 나올 거다.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의 경우 과징금 뿐 아니라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공정위가) 총수 일가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처벌 가능성도 언급할 정도로 압박할 수 있다. 그러면 재벌들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로인해 조금은 속도를 낼 수 있다. 그 시점은 지방선거 이후, 그러니까 정치적 이슈가 지난 이후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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