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롯데’ 좌초 위기…이사회서 해임 확정 시 지배구조 개편 '올스톱'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일 롯데그룹 운영의 지주사 역할을 해온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21일 구속 수감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사의 표명에 따라 해임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롯데그룹이 또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일본 롯데홀딩스의 공동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신 회장이 해임될 경우 롯데는 그룹의 운명을 종잡을 없는 말그대로 폭풍전야에 놓이게 된다.

 

신 회장이 지난해 ‘한일롯데 통합 경영’을 위해 내놓았던 호텔롯데의 상장, 지주회사 완성 등의 사업계획이 일본 롯데 측의 경영간섭으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은 이전보다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신 회장은 향후 5년 간 인수‧합병(M&A)과 설비투자, 연구‧개발 등에 4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신 회장이 그리는 ‘뉴 롯데’ 청사진이다.

당시 신 회장은 새 정부의 고용정책에 발맞춰 매년 전년 대비 10% 이상 청년 고용을 늘리고 유통, 식품, 금융과 기타 계열사에 소속된 1만여명 비정규직 근로자도 3년에 걸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최순실 국정농단에 사태로 논란이 된 비서실, 대외협력단, 운영실, 개선실, 지원실, 인사실, 비전전략실 등 300여명으로 구성된 그룹 정책본부의 규모도 대폭 축소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지난 13일 신 회장에 대한 법원의 실형 선고로 사실상 올스톱됐다. ‘왕자의난’으로 그룹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롯데가 ‘뉴롯데’ 비전과 함께 ‘신동빈 굳히기’에 들어갔지만 총수 부재로 출발과 동시에 좌초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신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일본홀딩스의 대표이사직 사임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일본 재계의 관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기업 총수가 재판받고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와야 거취가 결정되지만 일본의 경우 인신이 구속되는 즉시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례라는 것이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해임이 현실화되면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던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향후 일본 롯데 측의 ‘입김’에 좌지우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롯데그룹은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를 양대 축으로 신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신 회장은 현재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 계열사의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모두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고 있어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완성되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에 대한 신 회장의 지배력은 일본 롯데를 통해 우회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광윤사가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탈환 시도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단 의미다.

광윤사는 지난 14일 입장자료를 통해 “신동빈 회장은 즉시 사임·해임하고 협력 거버넌스의 과감한 쇄신·구조 조정이 롯데 그룹에 중요한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일단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구속수감 이후 꾸려진 비상경영체제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단 일본 측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해임) 결정 이후에도 한국은 비상경영위원회 위원장인 황각규 부회장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오후 2시 이사회를 열어 신동빈 회장의 거취문제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서 신 회장의 해임일 의결될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는 쓰쿠다 대표이사 단독체제로 정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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