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태양광 이어 가전·반도체·자동차도 경계감 커져…"상장사별 대미 수출 비중 따져 차별적 투자판단을"

미국발 보호무역 파고가 국내 증시에 불안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던 철강주와 태양광주가 직격탄을 맞았고 반도체와 가전, 자동차 관련주들도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통상 압박에 따른 피해가 상장사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상승세를 보이던 철강 업종이 최근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철강금속 업종 지수는 전날 대비 0.35% 오른 5529.67로 장을 마쳤다. 이는 이달 1일 장중 보인 5975.26에서 7.4% 떨어진 것이다. 철강 업종 지수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2016년 1월(3336.49)을 저점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종목별로는 세아제강이 전날 5.1% 급락에 이어 이날도 0.22% 하락 마감했다. 휴스틸도 4.64%, 1.39% 내렸다. 동국제강 역시 최근 2거래일동안 0.89%, 1.8% 약세를 보였다. 대장주인 포스코를 비롯해 하이스틸, 동부제철 등도 지난 2월 초에 보인 상승세에 비해 최근들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철강에 대한 미국의 보호무역 압력이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설 연휴 기간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무역확장법은 미국 안보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수입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직권으로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법이다.

특히 미 상무부는 보고서를 통해 철강에 대해선 모든 국가에 24% 관세,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12개국에는 최소 53%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제시했다. 만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 명령을 통해 이를 그대로 시행한다면 그동안 한국 철강재에 간간히 부과하던 반덤핑 관세와는 차원이 다른 악재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보호무역 확장은 철강재뿐만 아니라 태양광, 가전, 반도체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이미 미국은 지난달 22일 외국산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했다. 이는 그만큼 미국이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 등 특정 품목에 느끼는 수입 부담이 크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 이 같은 요인들이 곁들어지면서 태양광 사업을 하는 OCI 주가는 이날 15만7500원으로 지난달 1일 18만7000원에서 크게 내렸다. OCI는 지난해 12월 1일 12만500원에서 지난달 10일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화케미칼도 지난달말까지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이달들어 큰 폭으로 내린 모습이다.

반도체주와 자동차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수출 산업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는 미국 기업 제소로 다수 건의 특허 침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분야 역시 미국 정부의 타겟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 2차 개정협상에서 미국 측은 자동차분야를 불공정 무역 사례로 집중 공격하고 있다.

다만 업종 내 종목별로 대미 수출 비중이 달라 옥석가리기는 필요할 전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굴지의 한 철강사는 전체 판매액에서 대미 수출 비중이 0.5%로 낮은 수준이다. 반면 또 다른 한 강관 제조사는 대미 수출 비중이 20%에 이를 정도로 높다”며 “업종 내에서도 미국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온도차가 분명해 이를 구별해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보호무역을 더욱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부 국내 수출주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뉴스1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