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사장, 올 들어 3번째 방한…신차 군산공장 배정은 고려 안 해, 구체적인 요구 사항도 밝히지 않아

한국GM 노조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국GM 군산공장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미국 GM(제너럴모터스) 본사는 한국 사업장 내 군산공장 재가동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GM은 한국 정부 지원이 확정될 경우 신차배정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하면서도, 한국GM 군산공장 배정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일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여야 지도부와 만나 “GM 본사의 차세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배정을 고려하고 있지만, 군산공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한국 사업장 군산공장을 인수하고자 하는 곳이 있다면 매각할 것”이라고 했다.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20일 오전 국회를 방문 여야 의원들과 면담전 전담 통역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 사진 = 연합뉴스


GM은 사실상 한국GM 군산공장 재가동 가능성을 완전히 내려놓고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앞서 GM은 엥글 사장을 한국으로 파견해 정부와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한 뒤 지난 13일 돌연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3월 신차 배정 이전 한국 정부가 지원 방침을 결정하지 않으면 군산공장 폐쇄에 더한 추가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압박인 셈이다.

◇ 배리 엥글 사장 “군산공장 살리긴 어렵다”

이날 엥글 사장은 ‘군산공장 폐쇄가 한국 정부에 대한 지원 요구 압박’이냐는 질문엔 답하지 않고 “100만여대에 달했던 한국GM 수출 물량이 50만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50만대 수준이라도 유지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 이후 미국 GM의 신차 배정이 필요하다”면서 “군산공장 가동률이 20%에 불과한 상황에서 군산공장을 살리는 것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GM이 오는 3월 전세계 사업장에 배정할 신차 물량 중 한국GM이 관심을 갖는 차종은 소형 SUV와 CUV다. 소형 SUV와 CUV은 GM이 연간 50만대 규모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는 차종으로 한국GM은 소형 SUV와 CUV를 각각 소형 SUV 트랙스와 경차 스파크의 대체 생산 차종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물량 배정 시 생산은 오는 2020년부터 이뤄진다.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면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 = 시사저널e


문제는 GM과 정부 간 견해차가 분명하다는 데 있다. GM이 정부 지원 방안이 나와야 신차 배정에 나설 것이라고 전한 반면, 정부는 신차 배정 계획 확정 이후 한국GM 경영 실사가 완료돼야 지원안 마련에 나설 수 있다는 태도다. 현재 GM이 2월 말로 못 박은 정부 지원 결정 시한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고, 정부 요구인 실사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GM은 한국 정부 압박 수위를 오히려 높이고 있다. 엥글 사장이 지난 두 차례 방한에서 정부·인천시 관계자를 만난 후 전날 재방한 국회를 방문한 이유도 여당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엥글 사장은 “일자리 수호자가 되고 싶다. 신차 물량이 배정 시 고용 보장될 것”이라며 “군산공장 협력업체 직원 90%의 고용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GM은 한국GM 노조가 지적하는 고금리 이자, 이전가격 장난, 과도한 매출원가율, 사용처가 불분명한 업무지원비 등에 대해선 답변을 피하고 있다. 이에 한국GM 노조는 ‘GM 자본 규탄 및 대정부 대응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 보장을 위한 정부의 자본투자 및 시설투자 확약 촉구와 한국GM 경영 실태 공동조사 실시 등을 담은 요구안을 정부에 전달했다.

 

한국GM노조 대표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일방적 공장폐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시사저널e


◇ “GM, 구체적인 요구 없이 명확한 답변 피해”

국회에서 배리 엥글 사장과 만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신차 배정은 정부 지원이 전제라는 미국 GM 입장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면서 “정부 지원이 나오지 않을 시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향후 한국 사업장 철수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자리였는데 배리 엥글 사장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자리는 더불어민주당 GM 대책 태스트포스(TF)가 만들고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 등에 관심이 많은 야당 의원들이 모이면서 만들어진 자리”라면서 “배리 엥글 사장은 한국에 남아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전달하지 않고 여야 의원 지적에도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GM은 한국 정부가 낸 한국GM 제3자 경영실사 요구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제3자 실사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국정감사 자료 요청 등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다르냐’는 질문에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제3자 경영실사에 적극적으로 응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배리 엥글 미국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여야 지도부 의원과 면담 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 = 시사저널e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