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경 대응 시사…철강업계 “주요 시장 분위기·가격 동향 주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강화와 관련해 결연하게 대응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미국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철강 수입규제안이 공개되면서 주요국의 보호무역 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으로 대처할 것을 예고하고 있고 중국 역시 상응한 대응을 경고했다. 철강업계에서는 결과적으로 보호무역 강화에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미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에서 철강 수입규제안이 공개되면서 우리 정부는 즉각 관계자 회의를 여는 등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이자 철강 수요국인 미국을 상대로 실효성 있는 방안은 많지 않겠지만 강력 대응 기조 만큼은 확실해진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미국의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와 관련해 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뒤 “상황에 따라 당당하고 결연하게 대응하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강경 대응 입장에 나서고 있다.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에 선별적 관세를 적용할 경우 WTO 제소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에서는 철강수입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규정한 뒤 수입규제안으로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12개국 수입철강에 대해 53%의 관세 부과를 제시했다. 보고서에는 이외에도 모든 수입국가에 대한 23%의 관세 부과, 모든 국가의 철강 수출량을 지난해 기준 63%로 제한 등 3가지 방안이 담겼다. 해당 방안의 적용 여부는 늦어도 오는 4월 11일까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정부와 철강업계는 3가지 방안 가운데 12개 국가에 대한 선별적 관세부과가 적용될 경우 국내 철강사에 치명적이라고 보고 있다. 사실상 미국 시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수입 철강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국내 제품이 53%의 관세를 추가적으로 더 부담할 경우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WTO 제소에 나설 경우 관건은 무역확장법 232조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21조의 충돌이 될 전망이다.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21조는 안보 예외 조항을 다루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수입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 하더라도 특정 국가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GATT 아래서 안보로 인한 예외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시장에서 심각한 타격을 예상하는 한국 철강사들과 마찬가지로 미국내에서도 경제적 손실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미국 철강사들은 수입 가격 상승에 수혜를 입겠지만 철강을 원료로 사용하는 대다수 제조업체들은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향후 인프라 투자 축소 전망도 나오고 있다. 건설과 교통 등 인프라 투자에는 철강 제품 사용이 필수적인데 비용 확대가 불가피해서다. 더구나 지난해 미국내 제철소 가동률은 72% 수준이라 추가 고용율은 높지 않은 반면 건설과 교통 인프라 분야에서는 고용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고율의 관세 부과시 향후 철강 제품 가격 동향이 손실폭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이 축소되지만 관세 부과로 제품 가격도 함께 오른다면 손실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추가 관세 부담이 높아지는 점은 부담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시장이 함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라며 “주요 시장 분위기와 가격 동향 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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