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증언·물증 확보해…검찰 수사 탄력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을 찾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전달받은 평창 동계올림픽 초청장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을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에 이어 다스(DAS) 협력업체 ‘금강’의 이영배 대표도 20일 구속됐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차명재산 목록 관리 현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외장하드를 확보하고, 수사 주체를 서울중앙지검으로 단일화하면서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 대표는 하도급 업체와 고철을 거래하면서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 65억원을 조성하고 감사로 등재된 최대주주 권영미씨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꾸며 1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권씨는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故) 김재정씨의 부인이다.

이 대표는 또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다온’에 회삿돈 16억원을 담보 없이 저리로 빌려주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비자금이 세탁돼 이 전 대통령 측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관리인으로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금강은 그동안 이 전 대통령의 ‘사금고’라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이 대표는 2007∼2008년 검찰과 정호영 특별검사팀 수사에서 지난 15일 구속된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함께 도곡동 땅 매각자금을 관리한 의혹으로 특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사무국장은 최근 검찰에서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을 관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다스 매입자금에 쓰인 이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 명의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이 이 전 대통령의 소유이며 매각 자금 역시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쓰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곡동 땅은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의 출발점이다. 1985년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는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다스 회장과 공동으로 이 땅을 사들인 뒤 1995년 263억원에 매각한다. 두 사람은 세금을 제외한 200억원 가량을 나눠 가졌고, 이씨는 이 돈 중 일부로 다스 지분(35.44%)을 사들였다.

이후 다스는 김경준씨가 설립한 BBK투자자문에 190억원을 투자한다. 다스는 김씨의 횡령 범죄로 이 중 140억원을 되돌려 받지 못하다가 이 전 대통령 재임 중 전액을 회수했다. 이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된 정황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BBK투자 피해자인 장모 옵셔널캐피털 대표는 지난해 10월 다스가 투자금을 돌려받는 과정에 당시 청와대와 LA총영사가 동원됐다며 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즉,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밝혀지면 다스·BBK를 둘러싼 의혹이 규명된다. 

 

서울동부지검. / 사진=뉴스1


검찰은 두 사람의 증언 외에도 구체적인 물증도 확보했다. 검찰은 전날 ‘다스 여직원 횡령 120억원’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영포빌딩 관리인이 보관하던 외장하드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외장하드에는 차명재산 목록 관리 현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외장하드 속 차명재산 관리대장과 이를 ‘실소유주’에게 보고한 정황, 두 금고지기의 자백까지 확보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검찰은 아직 이 전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 비자금 고발사건을 추적해온 서울동부지검 다스 수사팀 검사 4명은 오는 22일부터 서울중앙지검 첨단수사1부로 합류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미 다스의 투자금 반환 소송에 청와대가 개입해 삼성이 소송비용을 대납한 정황 등을 포착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스와 다스 자회사를 통해 100억원대의 이 전 대통령 차명재산이 조성된 정황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서) 중요한 건 비자금 관련 수사와 실소유주 관련 부분”이라면서 “수사를 지켜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지켜봐 달라”고 자신감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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