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앞 기자회견…가축분뇨법 반대하는 축산계와 충돌 불가피

1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동물보호단체 주최 ‘가축분뇨법 시행으로 개농장 폐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김희준 기자

오는 3월 시행 예정인 ​가축분뇨법’을 두고 정부‧시민단체와 축산업계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축산농가가 법령 시행을 연기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격렬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동물단체들은 법안 시행으로 국제적으로 비난받는 불법 개 농장의 폐쇄를 주장하고 나서 두 단체 사이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1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동물보호단체가 주최하는 개농장 폐쇄 요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참석한 동물단체는 전국동물보호활동가연대, 한국동물보호연합,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등이다. 이날 주최측은 ‘가축분뇨법 연기를 반대하며 가축분뇨법을 원안대로 오는 3월 실시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2015년 제정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은 가축분뇨의 적절한 처리를 통해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축산업 발전과 국민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축사의 분뇨 배출‧ 처리시설 설치를 핵심 내용으로 담고있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 축사는‘무허가 축사’로 분류된다. 무허가로 판명된 축사는 사용중지, 폐쇄명령 또는 1억원 이하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 처분을 받게된다.

이에 축산업계는 ​26개에 달하는 법률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며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법 시행 2~3년 연기를 촉구 중이다. 지난 2일 축산업계는 ​가축분뇨법 위헌​을 주장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가축분뇨법 개정 과정에 환경 관련 연구기관들만 참여하는 등 업계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은 점​, ​법안이 신규 농가 뿐 아니라 기존 농가까지 소급 적용되는건 기존 농가에 대한 기본권 침해​ 등이 축산업계가 지적하는 가축분뇨법의 위헌 사유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미 충분한 유예기간이 주어져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15년 시행된 가축분뇨법은 기존 축산농가들이 허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게다가 규모에 따른 단계적 시행으로 법안 시행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킬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500㎡이상 대규모 축사는 오는 3월 24일부터, 400~500​, 100~400​의 중‧소규모 축사는 그 이후부터 차례로 단속이 시작될 예정”라며 “축산업계의 반발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확정된 사안은 아직 없지만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내부 논의중에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동물보호단체는 가축분뇨법의 올해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14일 국회 앞에서 동물보호단체들은 “국내 가축법상 개는 가축”라며 “가축분뇨법 시행을 통해 불법 강아지 공장과 개농장을 줄여야 한다. 잔인한 동물학대의 온상인 강아지 공장과 개 농장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당수가 무허가로 운영되고 있는 ​개 농장​의 특성상, 가축분뇨법에 따른 단속이 본격 실시되면 적지 않은 수의 강아지 공장, 개 농장들이 저촉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평창 올림픽이 개최되며 국내 개고기 식용 문화에 대한 외신의 보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CNN앵커 랜디 케이가 CNN 홈페이지에 한국의 개고기 식용 문화를 비난하는 게시글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지난달 해외 시민정치참여 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아르지(change.org)​에선 식용견과 관련 ​평창올림픽 거부운동​이 벌어져 14일 기준 48만여명이 넘는 서명이 이뤄졌다. 


기자회견 주최 측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비난받는 국내 개고기 식용 문화를 바꿔나갈 좋은 기회​라며 ​동물보호법이 미약한 국내 현실에서 가축분뇨법만이라도 시행해 강아지 공장, 개 농장을 법망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동물보호단체는 ​가축분뇨법 시행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며 ​일부 축산농가에서 전혀 관리되지 않은 분뇨 처리로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미 3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진 관련 법안의 시행을 또 다시 유예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결정​라고 말했다. 


이미 적법화 준비를 마친 축산 농가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동물보호단체 측은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오는 3월까지 적법화 대상 농장 중 약 60%의 축산 농가가 적법화 준비를 완료할 예정​라며 ​준비하지 않은 축산 농가를 위한 법 실시 연기는 적법화 준비를 어렵게 마친 농가와의 형평성을 깨는 처사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동물보호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환경노동위원회 등 관련 의원실에 방문해 의견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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