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산업결산 독해]② 韓영화, ‘쓴 돈은 늘고 번 돈은 줄고’
  • 고재석 기자(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8.02.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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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 이상 순제작비 투입 영화↑, 수익률은 되레 줄어…핵심 상업영화 3분의 1 정도만 BEP 넘겨
지난 1월 4일 오후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예매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에 따르면 신과함께는 이날 자정 기준으로 누적 관객 수 1000만을 넘었다. / 사진=뉴스1

연말연초 한국영화계의 ‘본산’ 충무로는 최근 몇 년 중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신과함께-죄와벌’은 1435만 관객을 넘어서며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가 됐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1987’과 ‘강철비’도 각각 722만, 445만 관객을 동원했다. 세 작품이 두달 남짓 모은 관객 수는 2600만명을 넘는다. 덕분에 극장들도 영업이익을 크게 늘렸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또 하나 있다. 막대한 제작비다. ‘신과함께’는 잘 알려졌듯 국내 최초로 1편과 2편이 동시 제작된 영화다. 또 VFX(디지털 시각효과)를 중점에 둔 작품이라 더 돈이 많이 쓰였다. ‘신과함께’ 1, 2편의 순제작비(마케팅 비용 제외)는 35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1987’ 역시 순제작비만 115억원이 넘는 대작이다. ‘강철비’의 순제작비도 120억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세 영화가 특이한 사례는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 ‘2017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서 순제작비가 100억원 이상 쓰인 영화는 8편으로, 1년 전에 비해 3편이 늘었다. 이 사이에 70억~100억원 사이 제작비가 쓰인 영화는 10편에서 4편으로 급감했다. 반면 40억원에서 70억원 사이 영화는 되레 14편에서 19편으로 늘었다. 그 이하는 추세가 비슷했다. 이는 곧 이른바 ‘중예산’ 영화와 ‘초고예산’ 영화로 뚜렷한 갈림길이 형성됐다는 걸 뜻한다. 

범위를 좁히면 이 추세가 더 완연하게 드러난다. 영진위는 56편의 영화를 ‘핵심상업영화군’(B군)으로 분류해 보다 세밀하게 흐름을 파악했다. 이에 따르면 2016년과 비교해 핵심상업영화군의 순제작비는 11억1000만원이 늘었다. 또 100억원 이상 제작비가 투입된 8편의 작품은 평균 147억원의 순제작비를 썼다. 이는 1년 전보다 21억원 늘어난 수치다.

그렇다면 벌어들이는 돈도 늘었을까? 연말연초의 3룡(신과함께, 1987, 강철비)은 공히 손익분기점(BEP)을 넘겼다. ‘신과함께’는 아예 2편 제작비까지 모두 회수했다. 하지만 시장에 내걸리는 모든 상업영화의 운명이 같은 건 아니다. 아니, 되레 흥행 자체가 행운임을 뜻하는 게 한국의 영화시장이다.

지난해 ‘핵심상업영화군’ 56편의 수익률은 8.2%에 그쳤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건 33.9%인 19편에 불과했다. 이는 2016년(36.8%)과 비교해 뒷걸음질 친 수치다. 범위를 전체 상업영화로 넓히면 이 비율은 27.8%까지 떨어졌다. 이중 수익률이 50%를 넘긴 영화의 수는 줄었고 반대로 수익률이 –50%를 기록한 영화의 수는 늘었다. 어느 각도로 보나 수익성이 악화된 셈이다.

전체 상업영화 수익률 저하가 고예산 작품서 비롯됐다는 점이 위험신호라는 지적도 있다. 시장에 끼치는 리스크(risk)가 더 큰 탓이다.

영진위는 “2016년에는 순제작비 80억원 이상 영화들이 대부분 손익분기점을 넘었을 뿐 아니라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보인 반면, 2017년의 경우, 관련 영화 11편 중 6편만이 손익분기를 넘기며 전년대비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면서 “(흥행에 실패한) 고예산 영화는 일반 상업영화와 손실률이 비슷해도 손실규모는 매우 크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복수의 한국영화 제작에 나선 바 있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작비가 큰 영화는 당연히 개봉 전후 마케팅을 위해서도 물량공세에 나선다. 1주일 안에 무조건 결판을 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이 경우 총제작비가 30억원 이상 더 늘어나는 건 순식간이다. 그럴수록 또 BEP 부담이 커지는데, 흥행에 실패하면 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고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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