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해외손실로 신뢰성 저하…한기평·한신평, 대우 현장 관리능력에 의문 제기

호반건설이 인수를 철회한 대우건설이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사진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 대우건설 본사. / 사진= 연합뉴스
호반건설이 인수를 철회한 대우건설이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신용평가사들이 대우건설의 기업신용등급, 기업어음 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 등급하향시 대우건설은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등의 악영향을 받는다.

16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한신평), 한국기업평가(한기평),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대우건설의 기업신용등급을 A-,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로 설정했다. 기업신용등급이 AA+인 삼성물산에 이어 현대건설과 함께 최상위 등급이다. 다만 대우건설은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아 회사채 신용등급이 없다.

문제는 이같은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8일 한기평, 12일 한신평은 대우건설의 장기 기업신용등급 및 기업어음 등급 모두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등급이 하락할 경우 대우건설의 기업신용등급은 BBB+, 기업어음 등급은 A3+로 떨어진다. 앞으로 자금조달 과정에서 이자비용 증가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배경이다.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손실이 신평사들의 등급 하향 검토로 이어졌다. 앞서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3000억원대의 손실을 해당 현장에 반영했다. 지난 2016년 해외현장의 부실을 일거에 털어내는 ‘빅배스’(대규모 손실처리)를 단행했음에도 여전히 손실 현장이 남아있는 점이 신평사들의 대우건설 신용등급 검토에 영향을 미쳤다.

한신평은 “지난해 4분기에도 해외 사업에서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손실이 반복됨으로써 해외 사업의 전반적인 관리능력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기평은 “이번 등급감시 대상 등록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해외사업에서 연이은 대규모 손실 발생으로 진행 중인 공사물량의 질적 수준 및 공사수행능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점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의 차입금 상환 여력에 대해서도 신평사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년 내 만기도래 차입금만 1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대우건설이 보유한 차입금 총액(2조300억원)의 88.1%에 이른다. 해외현장 손실에 따른 대외신뢰도 저하 우려,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 재시도에 따른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이 대우건설의 재무 융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신평사들은 지적한다.

한편 나신평은 대우건설의 장기 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나신평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회사의 신용등급을 즉각적으로 조정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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