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억 중 72억만 뇌물 인정, 승계 관련 청탁도 안 받아들여져…뇌물액 증가와 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인정은 3심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 사진=뉴스1


최순실 1심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관련된 433억 뇌물 혐의 중 72억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또 승계작업과 관련 삼성의 명시적·묵시적 청탁의 존재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판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뇌물액 증가에 따른 횡령 양형 범위가 변경될 수 있다는 점,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이 재차 인정된 점 등은 향후 이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남는 부분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최씨의 1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과 관련된 433억 뇌물수수 혐의(승마지원 213억,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16억, 미르·K스포츠재단 204억) 중 승마지원 부분 72억9427만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 금액은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3484만원, 말 3필의 구입비와 보험료 36억 5943만원 등이다.

삼성이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은 이 부회장의 1·2심처럼 모두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지원금 및 출연금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강요에 따른 것이고, 삼성 측에서는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동기로 지목된 ‘경영권 승계지원’이라는 개별현안에 대해 대통령 단독면담 전 대부분 해결된 사안들이었다며 명시적·묵시적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이 존재했는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의 1·2심에 이어 최씨의 1심까지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 및 재단 출연금’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의 입장에선 400억원이 넘는 혐의 상당 부분이 다수의 재판에서 무죄로 판단 받게 된 셈이다.

하지만 뇌물 액수가 2배 이상 늘어난 점은 이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의 2심은 승마지원비 36억원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액수를 횡령 혐의에 적용했는데, 최순실 1심에서 뇌물액이 늘어남에 따라 횡령액 또한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이 유지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경법상 횡령액이 5억~50억원일 경우 법정형은 2~5년, 50억원 이상일 경우 5년~무기징역으로 양형 범위가 늘어난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이 간접증거로서 재차 인정된 부분도 변수다. 법률적으로 간접증거와 직접증거는 증명력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안종범 수첩에 기재된 내용이 증거로 인정되면 부정한 청탁에 대한 법원 판단이 언제든지 뒤집힐 여지도 상당하다. 

 

최순실 1심은 안종범 수첩과 관련해 “(대통령과 재벌총수 단독면담 대화와 관련된) 정황증거로 사용되는 범위 내에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실제 최순실 1심은 안종범 수첩에 적힌 내용 중 대기업 상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와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KT그룹,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관련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한편, 이날 최씨와 함께 재판을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70억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적극 응했기 때문에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수동적 뇌물공여를 특별감경인자로 적용한 이재용 2심 판결과 대비되는 판단으로 향후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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