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장르 대세 속, 캐주얼 전문 개발사 설립…업계에선 '기대반 우려반'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 사진=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캐주얼게임 전문 개발 자회사 ‘프렌즈게임즈’를 설립했다. 캐주얼게임 개발 역량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현재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게임 빅3는 모바일 RPG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들과 다른 독자 노선을 택한 셈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이번 결정이 향후 모바일 시장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7일 ‘카카오게임즈 미디어데이: 2018 프리뷰’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당시 행사를 통해 통합 개발 자회사 프렌즈게임즈를 공식 출범하고 캐주얼게임 개발 역량 강화 계획을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카카오게임즈가 기존 게임 빅3와 다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넥슨의 ‘듀랑고’ 등 현재 게임 빅3의 주력 장르는 MMORPG다. 현재 캐주얼 장르는 RPG 장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카카오게임즈는 캐주얼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다. 캐주얼 장르가 RPG 장르를 상대로 과연 승산이 있을까.

사실 과거 모바일게임의 주류 장르는 캐주얼이었다. 캐주얼게임은 자투리시간을 이용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주로 퍼즐, 달리기 게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캐주얼게임은 2012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초창기 모바일게임 시장에는 지금과 같은 대형 RPG가 전무했다. 넥슨이나 넷마블 같은 대형게임사들도 당시엔 PC 온라인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에 중소 개발사들을 중심으로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하기 쉬운 캐주얼장르 게임들이 연달아 출시됐다.

이 가운데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넥스트플로어의 ‘드래곤 플라이트’, 조이맥스의 ‘윈드러너’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과의 연계를 통해 국민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캐주얼게임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해당 게임사들을 ‘카카오 키즈’라 부르기도 했다.

캐주얼게임은 귀여운 캐릭터와 간편한 조작 등을 무기로 특히 여성 유저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초창기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평소 게임을 하지 않던 유저들을 모바일게임으로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도 캐주얼게임이다.

그러나 캐주얼게임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4년도에 들어서면서 대형 개발사들도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출, 대형 모바일 RPG들을 차례로 선보인다. 여기에 인기 TV 연예인을 활용한 스타마케팅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은 RPG 위주로 빠르게 재편됐다. 이후 현재까지도 모바일게임의 주류 장르는 RPG가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게임즈는 캐주얼 장르로 다시금 출사표를 던졌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미디어데이에서 “과거 스타타워라는 빌딩으로 이사를 한 적이 있다. 지하에 유명 프렌차이즈 레스토랑과 일류 식당들이 많았다”며 “그 중 조그만 분식집이 눈에 들어왔다. 쟁쟁한 프렌차이즈 레스토랑들 사이에서 분식집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분식집은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았고, 스타타워에서 근무하는 마지막 날까지 직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이 때 대중성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게임즈는 캐주얼 게임이 가지고 있는 대중성이라는 강점이 게임 시장에 강력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그렇다고 하드코어 장르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퍼블리싱 등을 통해 하드코어 장르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게임즈의 이번 발표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동시에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캐주얼 게임의 경우, 유행을 잘 타지 않는다”며 “단기간 높은 매출을 올리진 못하지만,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카카오게임즈가 프렌즈게임즈를 통해 고퀄리티의 캐주얼게임을 출시할 경우, RPG 위주의 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RPG 홍수에 지친 유저들이 다시 캐주얼 장르에 눈을 돌릴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아울러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뒤에서 지원사격을 해주고 있다는 점은 카카오게임즈의 캐주얼 장르 성공 가능성을 보다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리니지’ 등 기존 인기 지적재산권(IP)을 뛰어넘는 IP가 나오지 않는 한 빅3의 아성은 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를 비롯해, 기존 인기 IP의 기반 장르는 대부분 RPG”라며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RPG 역시 기존 인기 PC 온라인 RPG를 모바일로 옮겨온 것이 많다. 캐주얼 장르 IP 가운데, 인기 RPG IP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 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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