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적 청탁 인정…“다른 기업들이 모두 같은 선택하지 않았을 것”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시내 면세점 재승인 특혜를 바라고 최순실씨가 설립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게 이같이 선고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또 K스포츠재단에 공여했다가 돌려받은 70억원을 추징하도록 명령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사이에 명시적 청탁이 오고갔다고 인정하긴 어렵다면서도 70억원이 추가 출연된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면세점 특허 문제가 롯데의 핵심 현안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고 신 회장도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을 확신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면서 “신 회장은 대통령의 영향력이 롯데에 유리한 방향으로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롯데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의 상장과 이를 통한 지배권 강화를 위해 70억의 거액을 K스포츠재단에 뇌물로 공여했다”면서 “정당한 방법을 통해 사업 선정되려는 수많은 기업들에게 허탈감을 주고, 정책사업이 공정한 절차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와 희망을 무너뜨렸다”고 꾸짖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던 점이 인정되지만 다른 기업인들 모두 피고인과 같은 선택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뇌물 요구에 응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2016년 3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최순실씨 소유인 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하고 70억원을 추가지원 했다가 돌려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신 회장은 당초 재단 출연 강요 사건 피해자로 조사받았으나, 검찰은 이 70억원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재승인과 관련한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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