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점유율 메가박스 플러스엠 11.5%, CJ E&M은 점유율 내리막…복합기업 흐름도 뚜렷

지난해 9월 25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부라더’ 제작발표회 모습. 왼쪽부터 배우 이동휘, 마동석, 이하늬. 이 영화는 메가박스 플러스엠이 배급했다. / 사진=뉴스1

영화진흥위원회가 110페이지 분량의 ‘2017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내놨다. 영진위는 배급사별 점유율, 한해 영화관객 등 산업통계들을 취합해 매해 이맘 쯤 보고서를 내놓는다. 본지는 지난해 [영진위 산업결산 맥 짚기]에 이어 올해도 3회에 걸쳐 이번 결산 보고서에서 드러나는 쟁점과 특징을 소개할 계획이다. [편집자주]

국내 영화 투자배급 시장은 오랫동안 4대 메이저(CJ E&M, 쇼박스, NEW, 롯데엔터테인먼트) 구도 속에서 유지돼 왔다. 간헐적 도전은 그간 꾸준히 반복돼 왔다. 2016년에는 워너브러더스와 20세기폭스가 ‘밀정’과 ‘곡성’을 내세워 충무로의 판을 흔들었다. 할리우드 쌍포는 이듬해가 되자마자 힘을 잃었다.

지난해는 양상이 달랐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2017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메가박스(주)플러스엠(이하 플러스엠)이 한국영화 배급사별 점유율 11.4%로 5위에 올랐다. 전체영화 배급사별 점유율에서도 플러스엠은 2016년보다 4.7% 오른 7.6% 점유율로 6위를 차지했다.

플러스엠은 지난해 7편의 한국영화와 5편의 외국영화를 내놨다. 키위미디어그룹과 함께 내놓은 ‘범죄도시’(688만명)가 대형 흥행했고 ‘박열’(236만명), ‘부라더’(149만명)까지 손익분기점(BEP)을 넘겨 선전했다. 또 수입해 내놓은 ‘너의 이름은’(364만명)도 효자노릇을 했다. 영진위는 이에 대해 “중견 배급사로서의 입지를 굳힘과 동시에 국내 투자배급사 ‘빅4’의 아성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11.4%’라는 숫자는 의미가 작지 않다. 직전 4년 간 한국영화 점유율 5위 배급사의 성적표는 각각 2.4%, 3.6%, 3.7%, 6.6%에 그쳤다. 2015년과 2016년에는 4위의 점유율도 10%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4위 NEW(12.6%)와 5위 플러스엠의 격차가 1.1%에 불과했다. 플러스엠은 7편, NEW는 10편을 배급한 터라 평균성적은 되레 플러스엠이 앞섰다.

최근 국내 영화계가 대작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서 플러스엠의 성과가 더 돋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복수의 한국영화 제작에 나선 바 있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야구로 비유하자면 ‘홈런 전략’이 아니라 ‘출루 전략’으로 호성적을 거둔 것”이라면서 “블록버스터에만 목매지 않고 영화별 BEP를 감안해 배급시기를 효과적으로 조정했다. 빅4 아성에 도전하려는 또 다른 추격자들에게 하나의 모델을 보여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극장 체인 메가박스의 존재가 플러스엠의 약진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메가박스는 플러스엠에 12만5490회의 상영회차를 배정했다. 비율로 따지면 8.9%에 해당해 플러스엠이 전체 극장서 얻은 비율(7.7%)을 소폭 웃돌았다. 영진위는 “자사 배급 영화에 우호적 상영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경쟁력이 됐다”고 꼬집었다.

영진위가 2016년부터 내놓고 있는 ‘시장집중도(market concentration)’ 지표를 살펴봐도 빅5로의 변모 양상이 뚜렷하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 시장서 매출액 상위 5개 배급사 점유율 합계는 87.8%로 2016년보다 4%가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상위 3개 배급사 점유율 합계는 되레 5.9%가 줄었다. 4, 5위가 그만큼 시장서 차지하는 비중을 키웠다는 뜻이다.

부동의 1위 CJ E&M의 점유율이 갈수록 줄고 있는 점도 관심거리다. 영진위에 따르면 CJ E&M은 지난해 전체 관객수 3327만명을 기록해 배급사별 순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 범위를 한국영화로 좁혀도 25.1% 점유율에 그쳐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5년 CJ E&M의 관련 시장 점유율은 40.5%에 달했었다.

이는 실적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CJ E&M 영화부문은 9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4분기에만 76억원의 적자가 난 게 뼈아팠다. ‘단골 2위’ 쇼박스 점유율도 하락세다. 쇼박스는 지난해에도 2위를 지켰지만 점유율은 20.5%에 그쳐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성적표를 기록했다. ‘택시운전사’가 1219만 관객을 모았지만 이를 떠받쳐준 작품이 없던 탓이다. 대신 ‘신과함께’를 앞세운 롯데엔터테인먼트가 18%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콘텐츠‧미디어 복합기업이 영화제작을 주도하는 흐름도 완연하게 자리 잡은 형국이다. 그간 CJ는 영화투자배급사 극장, 방송 등 복합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왔다. 최근에는 CJ오쇼핑과 CJ E&M이 합병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앙미디어그룹 역시 JTBC(방송), 메가박스(극장)에 이어 플러스엠까지 안착시켜 CJ를 추격하고 있다. NEW도 극장과 드라마제작에 뛰어들었다.

이 흐름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한 콘텐츠‧미디어 복합기업 관계자는 “국내서는 시장 크기에 비해 경쟁자가 너무 늘었고, 해외서는 글로벌 미디어기업들과 맞대결해야 한다”면서 “안팎의 녹록치 않은 환경 때문에 자본력을 극대화하기 좋은 수직계열화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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