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정부, 한국GM 경영정상화 주도 위해 압박 회피” 지적

정부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한국GM 경영정상화를 놓고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 GM과 한국GM에 대한 증자, 재정 지원 등 포괄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고 물러섰다. 정부가 미국 GM의 한국GM 구조조정과 관련해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미봉책’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 사진 = 연합뉴스

9일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지난달 배리 앵글 사장과 만났다면서 GM 측은 한국GM의 전반적인 경영상황과 미래발전방향을 설명하고, 정부의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 방한 당시 나온 투자 요구 논란에 대해 정부가 “투자요구는 없었다”고 부인했던 것과 대조된다.

고 차관은 이날 앵글 사장과 어떤 얘기를 했느냐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아주 구체적 제안은 아니었고, 대략 협조가 필요한 사안에 관해 얘기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고 차관은 금융지원이나 증자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얘기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앵글 사장 방한 당시 차입금 상환 등에 대해 논의한 셈이다.

앵글 사장은 지난 7일 올해 들어 두 번째 방한에 나섰다. 메리 바라 미국 GM 회장이 6일(현지시간) 콘퍼런스콜에서 한국 사업장에 대해 “생존 가능한 사업을 만들기 위해 ​조치(action)’을 취해야 한다”고 밝힌 날과 같다. 다만 앵글 사장은 이번 방한에서 지난 8일 유정복 인천시장 만을 만났다. 올해 초 앵글 사장은 정부 금융 관계자를 잇달아 만났다.


업계에선 앵글 사장이 ‘조치’ 발언이 나온 이후 곧장 한국을 찾아 신차 배정을 조건으로 한 증자 논의를 진행하려 했지만, 정부에서 만나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앵글 사장이 한국을 찾아 인천시와 부평공장 활성화를 논의하려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올해 초 제안을 구체화하려 했지만, 정부가 만나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한국GM 경영정상화를 놓고 구조조정을 직접 진행하는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미국 GM의 압박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날 산업통상자원부는 ​GM 측으로부터 유상증자 등 구체적인 제안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일련의 제안은 오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련의 제안’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워딩 그대로다​고 일축했다.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GM의 철수 가능성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예단하는 건 쉽지 않다​며 ​여러 가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총리는 ​한국GM 철수설과 미국 GM의 금융지원 요청 등에 대한 주무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이지만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기재부가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초 앵글 사장은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KDB산업은행 관계자, 청와대 관계자 등을 각각 만나 한국GM 회생방안과 관련한 비공개 면담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앵글 사장은 정부 금융 관계자를 잇달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한국GM 회생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며 정부 설명과 달리 구체적인 지원 규모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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