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접수절차, 백업 등 사전준비 없으면 대기시간 더 늘어…무상교체는 근거 없는 소문, 대부분 3만4000원 유상교체

촬영=변소인 기자, 편집=김률희 PD
9일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 배터리 교체 접수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배터리게이트로 뭇매를 맞은 애플이 배터리 교체 비용을 대폭 할인했다. 추운 겨울이면 급속도로 줄어드는 배터리 탓에 전전긍긍했던 아이폰 이용자들은 배터리 교체를 위해 마음이 바쁘다.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동료 기자와 함께 9일 공식수리가 가능한 애플스토어로 향했다.

9일 오후 1시 22분 애플스토어로 출발하기 전 배터리 잔량은 75%다. / 사진=변소인 기자
동료 기자는 현재 아이폰6s를 사용하고 있다. 겨울에는 별다른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도 완충 후 2~3시간만 지나면 배터리 잔량이 10%대로 뚝 떨어졌다. 그래서 늘 전기코드를 찾아 헤맨다. 오후 1시 22분 회사를 나서기 직전 해당 기자의 아이폰 배터리 잔량은 75%였다.

9일 오후 1시 40분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애플스토어에 도착한 시각 아이폰 배터리 잔량이 58%로 떨어졌다. / 사진=변소인 기자
오후 1시 40분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매장을 찾았을 때 아이폰 배터리 잔량은 58%였다. 불과 20분 만에 약 20% 정도가 줄어든 셈이다. 단순 계산으로 1분에 1%꼴로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이날은 낮 기온이 영상으로 훌쩍 올라 포근했지만 아이폰에게는 여전히 강추위인 듯했다. 매장에 들어서기 전 동료 기자에게 다시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아이폰을 살 계획이 있냐고 물었다. 해당 기자는 “그래도 살 거다”라고 말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국내 유일 애플스토어답게 많은 사람들이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20명이 넘는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고객을 맞이했다. 이 가운데 한 직원에게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하자 다른 직원에게 연결시켜 줬다.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대기한 뒤, 문자 3개를 받고 나서야 본격적인 접수를 시작할 수 있었다.

9일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 배터리 교체를 받기 위해 접수를 하고 있다. 문자 3개를 받고 나서야 접수를 시작할 수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해당 직원은 접수 대기까지 15분 정도 소요되고 교체까지는 2시간 10분이 소요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접수할 때는 진단프로그램을 통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확인하는데 배터리 효율이 좋을 경우는 교체할 필요가 없다고 안내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수리를 진행했다.

배터리 교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 매장을 찾고 있었다. 무상 교체로 오해하고 방문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무상교체라는 소문은 그저 소문에 불과했다. 현재 배터리 교체는 무상이 아닌 유상으로 3만4000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다만 2015년 9월부터 10월 사이 제조된 아이폰6s는 제한적으로 무상 교환하고 있었다. 애플스토어 직원은 “해당 제품은 제조 과정에서 안전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무상으로 교환하고 있지만, 다른 제품은 제품의 결함으로 보기가 어려워서 할인된 가격으로 배터리를 교체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접수하는 과정에서는 배터리를 교체하려는 이유, 하루 완충 횟수 등을 물었다. 오후 2시 22분에 상담을 끝냈고 오후 4시 30분에 교체가 끝날 테니 찾아오라고 전했다. 그리고는 겨울에 배터리가 빨리 닳는 이유, 꺼지는 이유 등이 나와 있는 자료를 보내줬다. 애플스토어 직원이 보내준 자료에 따르면 애플 기기의 최적온도 범위는 16~22도다.

자료를 보면 아주 추운 환경에서 기기를 사용할 때 배터리 사용시간이 줄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배터리 온도가 정상 범위로 돌아오면 성능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다고 기술돼 있다. 또 35도 이상의 고온에 노출되면 배터리 용량이 영구적으로 손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 한여름 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름에도 아이폰은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폰을 맡기려하자 배터리 교체 시 정보가 손실될 위험이 있으니 백업을 했냐고 물었다. 해당 기자는 그냥 맡기려다 불안한 마음에 백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대용량을 백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꽤 걸린다. 27분 정도 백업을 진행했지만 백업은 완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해당 기자는 백업을 포기하고 수리를 맡겨야만 했다.

접수가 늦어질수록 대기 인원이 늘어나 교체 완료 시간이 연장되기 때문이다. 원래 4시 30분에 마칠 수 있었던 배터리 교체는 오후 2시 49분에는 오후 6시 30분으로 뒤로 밀려났다. 그 사이 많은 대기인원들이 몰린 셈이다. 해당 기자는 “미리 백업을 하라고 알려줬으면 집에서 해왔을 텐데”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배터리 교체 할인에 관한 내용을 문자 등을 통해 공지하고 교체 시 필요한 부분인 백업, 주민등록증 지참, 교체 대기 시간 등에 대한 안내는 꼭 필요해 보였다.

긴 대기시간에 대해 이용자들이 불만은 없냐고 묻자 애플스토어 직원은 “밤 10시까지 찾아가면 되기 때문에 맡기고 가는 분들이 많다”며 “택배 업무는 타인이 수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비스 직원이 몇 명인지, 배터리 교체를 위해 방문하는 이들이 몇 명인지 물었지만 기밀이라며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했다.

늘어난 대기 시간에 아이폰을 애용하는 해당 기자는 잔뜩 상기돼 애플스토어를 빠져나갔다. 수리를 맡기고 나오면서 해당 기자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다음에도 아이폰을 구매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앞서 애플스토어에 들어서기 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음에도 구입하겠다던 그는 “그때 돼서 다시 생각하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다음은 해당 기자의 실제 사용기에 대한 자문자답 내용이다.

Q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아이폰6s 로즈골드를 쓰고 있는 3년차 아이폰 사용자, 차여경 기자입니다.

Q 아이폰 배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됐나.
2015년 여름쯤 구입했던 것 같은데 그해 겨울부터 배터리가 빨리 닳더라고요. 하지만 그렇게 눈에 띄게 줄어들진 않아서 참고 썼어요. 문제는 지난해 겨울부터였습니다. 정말 배터리가 확 줄어들기 시작했죠.

Q 겨울엔 얼마나 배터리가 빨리 닳나.
기자는 직업상 외근을 많이 하기 마련인데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불면 배터리가 거의 버티지 못해요. 보통 100% 충전을 하고 나와도 1시간 만에 30%까지 내려갑니다. 그정도면 다행이죠. 아시다시피 올해 1월 최강한파였지 않습니까? 취재 때문에 강동구를 가야했습니다. 당연히 초행길이었죠. 지도로 길을 봐야하는데 갑자기 아이폰이 꺼져버렸습니다. 배터리 전력이 남아있는데 말이죠. 정말 당황했습니다. 결국 물어물어 길을 찾아갔습니다. 조선시대 못지않았죠.

Q 어떻게 버텼나.
하루에 8~10번은 충전한 것 같아요. 일단 배터리가 50%이하로 내려가면 불안해요. 충전기를 가지고 다니긴 번거로우니까 노트북에 USB로 연결해 충전하죠. 만약 충전기를 가져오지 않았을 땐 급속 충전하는 편의점을 찾거나 동료 기자의 충전기를 뺏어 사용합니다. 민폐인 것 같지만 핸드폰이 필수인 기자에게는 어쩔 수 없어요.

Q 국내 첫 애플하우스를 사용해본 소감은.
일단 직원들의 서비스가 좋았습니다. 단체복을 입은 직원들이 아이패드를 가지고 이리저리 돌아다녀요. 대략 20명이 넘어보였죠. 외국인 직원도 있었어요. 엿들어보니 영어를 쓰시더라고요. 배터리 교체에 대한 설명을 담당 매니저가 잘 해줬습니다. 하지만 수리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1시 50분쯤 수리를 맡기려고 했는데, 오후 4시 30분까지 기다려야 한다더라고요. 아, 그리고 배터리 교체하실 분은 꼭 연락처와 사진 백업하고 가세요. 전 사전공지가 없어 그 자리에서 백업을 하니 너무 오래걸렸어요.. 덕분에 제 수리 대기시간은 더욱 길어졌습니다. 오후 6시 30분에 찾으러 오래요.

Q 다음에도 아이폰을 쓸건가.
음. 모든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딜레마인 것 같아요. 아이폰을 쓰는 사용자 대부분이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특유의 카메라 기능 때문에 쓰는 거거든요. 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LG전자 폰에 깔려있는 기본 애플리케이션들이 불편해서 아이폰을 쓰고 있어요. 손이 작은 제겐 아이폰 사용감이 더 좋고요. 하지만 아이폰 공식 수리매장이 전국에 하나라는 점은 너무 불편합니다. 최근 애플의 고의 다운그레이드 사건도 터졌고요. 다음에도 쓸지 안쓸지 노코멘트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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