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뇌물공여 사건 등에 적극 개입…“각 계열사 자율경영 시스템 정착·강화돼야”

사진=뉴스1

 

수사기관이 전방위로 삼성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경찰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82억 조세포탈을 적발해 입건했으며, 검찰도 삼성이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DAS)의 변호사 비용을 대납한 정황을 포착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그런데 삼성의 비위 중심에는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적극 개입된 것으로 확인됐거나, 관련된 정황들이 드러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에서도 미전실의 역할이 고스란히 확인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8일 이 회장이 삼성그룹 임원 72명 명의로 차명계좌 260개를 만들어 4000억원대 자금을 관리하면서 2007~2010년 양도소득세 및 종합소득세 총 82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명계좌는 삼성그룹 미전실 소속이었던 자금담당 임원 A씨가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차명계좌는 삼성 미전실이라든지 삼성 회장의 직계조직에서 관리했다”면서 “임원들에게 신분증 사본 등을 받아 통장을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장급 인사인 A씨도 이 회장과 함께 입건했다.

차명계좌는 이 회장의 한남동 자택 공사비 횡령 의혹을 수사하던 중 드러났다. 경찰은 공사비로 지급된 수표의 출처를 추적하던 중 미전실 소속 담당자금 임원이 수표를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미전실은 차명계좌 관리를 넘어 계좌에 든 돈을 집행하는 과정에도 개입한 셈이다.

경찰은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 당시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부회장)과 김인주 전 전략기획실 사장이 기소됐기 때문에 A씨를 책임자로 입건했다. 전략기획실은 미전실의 전신이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다스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등장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삼성이 대납한 정황을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과 이학수 전 부회장의 주거지 등 3~4곳 등이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다스의 법무법인 선임을 주도했고,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청와대와 삼성전자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2006년 3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전략기획실장을 지냈다. 그 전에도 삼성전자 회장실장을 역임하며 이건희 회장 체제에서 ‘2인자’로 불렸다. 검찰은 조만간 이 전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사건 역시 미전실이 주도했다. 이 부회장의 혐의 중 36억 뇌물공여 혐의만 제한적으로 유죄를 인정한 서울고법 형사13부도 최지성 전 미전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이 뇌물공여 범행을 결정했다며 비판했다.

미전실은 1959년 회장 비서실을 모태로 한 조직이다. 비서실(1959년), 구조조정본부(1998년), 전략기획실(2006년), 미래전략실(2010년) 등으로 수차례 명칭이 바뀌었지만, 그룹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선 큰 변화가 없었다. 미전실은 총수 보좌 업무를 비롯해 계열사 인사·기획·지원·재무 등 핵심 정책을 총괄했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능 만이 강조돼 비판도 상당했다. 미전실은 지난해 3월 국정농단 사건의 영향으로 해체됐지만, 과거 잘못된 행적 때문에 현재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기업은 본래 오너 그룹의 이익이 아닌 다수인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데, 미전실은 삼성 오너만을 위한 조직이었다”면서 “드러난 과거 비위가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또 “미전실 해체 이후 업무지원을 위해 구성된 사업지원TF도 미전실과 같은 기능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서 “그룹 해체를 선언한 상황에서 삼성은 각 계열사의 자율경영 시스템이 정착·강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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